제15회 광주비엔날레의 핵심 주제인 ‘인류세’를 형상화환 작품들. 왼쪽부터 비앙카 봉디, 박미미, 이예인. /광주비엔날레 제공
제15회 광주비엔날레의 핵심 주제인 ‘인류세’를 형상화환 작품들. 왼쪽부터 비앙카 봉디, 박미미, 이예인. /광주비엔날레 제공
개인의 거주지부터 인류가 뿌리내린 지구까지,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에 대한 오페라와 같은 전시가 오는 9월 광주광역시에서 열린다.

올해로 30주년을 맞이하는 제15회 광주비엔날레는 ‘판소리, 모두의 울림’을 제목으로 9월 7일부터 12월 1일까지 86일간 광주비엔날레 전시관과 남구 양림동 일대에서 개최된다. 올해 광주비엔날레에는 이 시대를 대표하는 니콜라 부리오 예술감독과 함께 30개국 73명의 작가가 참여해 판소리를 매개로, 소리와 공간이 함께하는 전시를 선보인다.

○‘대중의 소리’, 판소리 정신 재현

(재)광주비엔날레(대표 박양우)가 주최하는 제15회 광주비엔날레는 주위에서 찾아볼 수 있는 살아있는 생명체와 대화하며 동시대 공간을 탐구하는 작가들을 초청했다. 이들은 ‘대중의 소리’라 할 수 있는 판소리 정신을 재현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17세기 한반도에 등장해 뿌리내린 판소리는 음악 장르로서 소리와 공간 사이의 관계를 보여준다.

전시 제목처럼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에서는 3개의 전시 섹션을 세 가지 소리 유형으로 구분 지었다. 음향 기기 간 거리가 충분하지 않을 때 발생하는 피드백 효과로 인한 소리, 다양한 소음이 어우러지는 다성음악, 그리고 힌두교의 ‘옴’이라 할 수 있는 깨달음의 소리다. 각각의 전시 섹션에서는 소리와 어울리는 작가들의 작업을 전시한다.

광주의 근현대사 자원이 산재한 남구 양림동 일대에는 일상생활 속 장소에 작품을 설치해 예술과 삶의 공존, 연대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옛 파출소와 빈집 등을 활용한 소리 프로젝트와 관객의 참여에 기반한 다양한 협업 작업도 소개한다. 양림문화샘터와 포도나무 아트스페이스, 한부철 갤러리, 한희원 미술관, 양림쌀롱, 옛 파출소 건물, 빈집,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 등을 전시 공간으로 활용한다.

관람객들은 광주비엔날레 본 전시관 외에도 양림동 곳곳을 다니면서 광주의 모습과 다양한 현대미술을 함께 접할 수 있다. 전시 개막 하루 전 9월 6일 열리는 개막식에서는 소설가 한강의 글을 모티브 삼아 참여 작가들이 실험적인 개막 공연을 선보인다.

○광주 곳곳에서 만나는 31개 파빌리온

니콜라 부리오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
니콜라 부리오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
제15회 광주비엔날레는 본전시와 ‘공명’하면서 각 나라들의 동시대 다양한 미술을 접할 수 있는 광주비엔날레 파빌리온(국가관)을 운영한다. 국내외 미술 및 문화기관 네트워크의 장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운영 중인 파빌리온은 2018년 3개 기관의 참여로 시작해 지난해 9개로 늘었고, 창설 30주년을 맞이한 올해 31개로 확장했다.

나라별 파빌리온은 전시 기획에 맞게 광주 지역의 미술관과 갤러리, 문화기관을 비롯해 광주 시민들의 일상적인 장소와 5·18민주화운동기록관, 5·18기념문화센터,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등지에 자리 잡았다.

국가관은 아르헨티나, 오스트리아, 캐나다, 중국, 덴마크, 핀란드, 독일, 인도네시아, 이탈리아, 일본, 말레이시아, 미얀마, 네덜란드, 뉴질랜드, 페루, 필리핀, 폴란드, 카타르, 싱가포르, 스웨덴, 태국, 베트남 등 총 22개로 구성됐다.

파빌리온의 성격도 국가마다 다르다. 이스라엘과 스페인은 미디어아트를 주로 다루고 있는 CDA 홀론과 작가가 주관해 참여한다. 영국은 한국과의 교류를 통한 결과물을 전시로 보여주고자 한국국제교류재단·영국문화원 파빌리온으로 이름을 정했다. 아프리카관은 아프리카 출신 25명의 작가를 초대해 아프리카 전 대륙의 다양한 예술을 보여주고, 샌프란시스코 아시안 아트 뮤지엄에서 주관하는 아메리카 파빌리온은 여러 아시아계 미국인 작가들의 작업을 선보인다. 스위스는 파빌리온이 아닌 광주 도심 일대에서 대규모 퍼포먼스를 진행하기로 했다.

광주비엔날레 관계자는 “올해 광주비엔날레 파빌리온은 국가와 기관, 개인 등 다양한 창의적 주체가 참여해 서로의 지식과 자원을 공유하고 소통하는 교류의 장을 만들고 있다”며 “광주 전역의 여러 기관과도 밀접하게 교류해 지속적인 관계로 확장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광주시는 광주 파빌리온을 별도로 운영한다. 올해 신설한 광주 파빌리온은 ‘무등: 고요한 긴장’(광주시립미술관) 전시를 통해 광주의 정신과 발전 방향을 조망한다. 참여 작가는 김신윤주, 김웅현, 나현, 송필용, 안희정, 양지은, 오종태, 윤준영, 이강하, 이세현, 임수범, 장종완, 장한나, 정현준, 조정태, 최종운, 하승완, 함양아 등 총 18명이다.

니콜라 부리오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은 “전시는 다양한 생명체들과 감응하며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냈다”면서 “동시대를 관통하는 주제인 환경, 생태 등에 대해 작업해 온 세계 여러 작가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고 말했다.

광주=임동률 기자 exi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