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엘 갤러거.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제공
노엘 갤러거.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제공
'노엘! 노엘! 노엘!'

머리는 더 희끗희끗해지고, 입가 주름은 한층 더 깊어졌다. 무심해 보이지만, 탁월한 기타 실력과 칼칼한 성량은 여전히 건재했다. 관객들은 수시로 그의 이름을 부르며 그를 향한 뜨거운 애정을 과시했다.

1990년대를 대표하는 영국 밴드 오아시스의 노엘 갤러거가 8개월 만에 한국을 다시 찾았다. 지난해 “너희가 최고다, 또 보자”고 말한 약속을 지킨 것. 지난 26일 경기 일산 킨텍스 1전시장에서 열린 '노엘 갤러거 하이 플라잉 버즈 라이브 인 코리아'에서는 1만 8000여 명의 인파가 몰려들었다. 2009년 오아시스 해체 이후 노엘은 자신의 밴드 ‘하이 플라잉 버즈’를 만들어 활동해왔다.

이날 무대에서는 90여분간 세대를 뛰어넘는 교감이 이뤄졌다. 청중의 대다수는 1980~1990년대생이었고, 그보다 어린 세대도 상당수 있었다. 인터파크티켓에 따르면 이번 콘서트 예매자는 10대(14.1%), 20대(57.9%)가 무려 70% 이상을 차지했다. 이들은 오아시스의 전성기를 겪지 못한 세대지만, 이들의 명곡과 그 시대의 감수성에 감화된 것. 패션에서의 Y2K 열풍처럼 20대 청중들은 오아시스의 사진과 이름이 적힌 티셔츠를 입고 공연장을 찾았고, 90년대 오아시스의 히트곡들을 목 터져라 따라 불렀다.
오아시스서 홀로서기한 노엘 갤러거, 그의 열창에 떼창한 한국의 MZ들
오프닝 무대 또한 의미 있었다. 현재 국내 음악계에서 높은 관심을 받는 밴드 실리카겔이 30여 분간 뜨거운 에너지로 무대를 장식한 탓이다. 90년대생 멤버들로 구성된 실리카겔은 이날 주요 청중의 연배와 같았다. 실리카겔은 노엘을 두고 '저희의 어린 시절 영웅'이라며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브리티시 뮤지션의 오프닝 무대에 서서 영광"이라고 감격을 표했다. 이들은 노 페인(No Pain), 틱 택 톡(Tik Tak Tok) 등 자신들의 히트곡을 연주했다. 실리카겔은 연주 중심의 밴드답게 수려한 라이브 실력을 자랑하며 무대를 예열했다.

실리카겔의 무대가 끝나자 갤러거가 등장했다. 프리미어리그 구단 맨체스터 시티로고와 맨시티 감독 펩 과르디올라 패널이 무대 위에 설치됐다. 그가 속했던 밴드 오아시스 활동 당시 '영국적' 색채로 사랑받았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그는 하이 플라잉 버즈 멤버들과 튜닝을 하더니 이내 프리티 보이(Pretty Boy), 카운슬 스카이스(Council Skies) 등 최신곡으로 무대를 열었다. 전용 공연장이 아닌 만큼 음향의 퀄리티가 좋지는 않았지만, 노엘의 힘차고 탄탄한 보컬은 날카로운 악기 사운드를 뚫고 감동을 선사했다. 중간에 한 팬이 ‘결혼하자‘라고 외치자 ‘오늘 밤은 말고’라며 재치 있게 답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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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기타 반주를 하며 '데드 인 더 워터'(Dead In The Water)를 부르기 시작하자 관객들은 휴대폰 플래시를 켜며 관중석을 빛으로 수놓았다. 서정적이고 쓸쓸한 분위기인 이 노래에 맞춰 관객이 플래시를 켜는 이벤트는 매번 내한 때마다 해왔던 것. 이후 활기찬 분위로 자유를 말하는 노래 왓에버(Whatever)가 나오자 환호가 쏟아졌다.

앙코르는 모든 세대의 추억을 소환하는 오아시스의 명곡 세트들로 구성했다. 고잉 노웨어(Going Nowhere), 토크 투나잇(Talk Tonight), 리틀 바이 리틀(Little By Little)을 등을 부르자 관객들은 열광했다. 마지막 곡이자 가장 유명한 곡인 돈 룩 백 인 앵거(Don‘t Look Back In Anger)에서는 떼창이 절정에 달하며 킨텍스 공연장을 가득 메웠다.

록스타는 '청춘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있다. 기성 질서에 반하고, 개인의 이상과 꿈을 지향하는 장르의 특성 때문이다. 당연히 주요 소비층 또한 젊은 층이었다. 갤러거를 여전히 청춘이라 보기엔 어렵지만, 음악을 통해 '청춘의 감성'을 지금의 젊은 관객에게 물려주고 있다. '내가 죽어도 내 음악은 세상에 남는다'고 말한 과거 그의 발언처럼 말이다. 자식뻘 청중들이 그에게 열광하는 건 이런 이유에서가 아닐까.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