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구 변호사 "기술적 특이점 눈앞…판사봉 돌잡이 말고 AI 배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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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구 법무법인 도울 대표변호사 인터뷰
"알라딘의 램프와 같은 AI 잘 활용해야"
"알라딘의 램프와 같은 AI 잘 활용해야"
“기술적 특이점(인간 능력을 뛰어넘는 인공지능의 출현)이 곧 다가옵니다. 인공지능(AI)은 법조계를 포함한 사회 전반을 바꾸고 있고, 우리는 알라딘의 램프와 같은 AI를 잘 활용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강민구 법무법인 도울 대표변호사(사진)는 2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AI 때문에 직업이 사라지거나 위상이 약해질 수도 있지만, AI를 통해 자기 한계를 넘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했다. 또 “AI를 외면하는 건 해결책이 아니다”라며 “AI라는 천리마에 올라탈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법관 시절 그는 대법원 사법정보화발전위원장 등을 역임하며 사법부의 디지털 전환을 주도한 인물 중 하나다. 올해 초 법원에서 정년퇴직하고 변호사로 변신하면서 디지털·AI 관련 연구소인 상록수협회를 세워 활동 중이다. 다음은 강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변호사가 된 후 업무수행 방식에 가장 큰 차이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지난 1월 법원에서 정년 퇴임하고 5월부터 변호사로 일하고 있는데요. 처음에는 외계 행성의 이방인 느낌이었는데 이제는 잘 적응한 정주민이 된 기분입니다.
사건 당사자들은 하고픈 말이 산더미처럼 많아요. 저는 변호사가 된 뒤 의뢰인에게 이야기할 시간을 충분히 드리고 있습니다. 당사자들은 말만 충분히 할 수 있어도 큰 위로를 받습니다. 의뢰인과 대화를 오래 하면, 변론서 작성 등을 할 시간이 부족하지 않으냐고 궁금해할 수 있는데요. 오히려 당사자 말을 충분히 들을수록 사건의 실체에 접근하기 쉽고, AI를 활용하면 정리 시간도 단축할 수 있습니다.
▶경쟁 로펌에서 ‘AI를 알려 달라’는 요청을 받으신다면서요
다른 로펌들에서 제게 AI 강연을 부탁하는 게 신기하다면 신기한 일이겠네요. 어찌 보면 경쟁자에게 무기를 제공하는 격인데, 기꺼이 응하고 있습니다. 변호사 실무에 AI를 활용하는 노하우를 많이들 궁금해합니다. 상대방의 방대한 서면에서 핵심을 놓치지 않고 요약하기, 소송 대응 전략 짜기 등이죠.
▶변호사들 대상 강연 분위기는 어땠나요
한 로펌에서 AI 활용 시연까지 하자 젊은 변호사들이 한숨을 쉬었어요. 신기술에 대한 경외감과 자신의 일자리가 위협받는다는 공포감에서 나온 반응이겠죠. 법조 전문 AI가 아닌 범용 AI만 써도 상당한 결과가 나오거든요.
▶법조계 전반적으로 아직은 AI에 적대적인 느낌이 있는데요
AI가 법조인의 라이선스를 위협하니까요. 법률 소비자가 변호사에 의뢰하지 않고, 직접 AI를 활용해 사건을 처리하면 변호사의 일거리가 줄죠. 로펌도 AI를 잘 활용하면 변호사를 대거 신규 채용할 이유가 희박해져요. 그러면 젊은 변호사들이 진입하기 어려워지죠.
▶변호사 업계가 지각변동을 피할 수 없겠네요
그렇다고 AI를 외면하고 규제하는 게 답이 될 수 없죠. 우리가 19세기에 쇄국정책을 펼쳤는데 결국 병인양요, 신미양요 못 피했잖아요. 아무리 AI 쇄국정책을 펴도 글로벌 기술기업들의 진출을 어떻게 막겠습니까. 이미 빗장은 열렸고, 우리나라만 문을 닫아걸 방법이 없어요.
이제 현실을 받아들이고 AI를 통해 어떻게 활동 영역과 생산성을 확대할지로 관점을 바꿔야 해요. AI를 잘 활용하면 개인 변호사나 중소형 로펌이 대형 로펌을 위협하는 역량을 갖출 수도 있거든요. 법조인이 평등하고 대등해지도록 해 주는 무기가 AI일 수 있는 거죠.
▶그러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진학에 신중해야 할까요
2040년 전후로 기술적 특이점이 온다는 전문가들 의견에 저는 동의합니다. AI 등 시스템이 인간의 능력을 초월하는 시기가 오면, 판사 검사 변호사의 절반 정도가 직업을 잃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봅니다. 일례로 소송 당사자들이 인간 판사의 판결을 거부하고 AI 판사를 택할 수도 있죠.
지금 로스쿨 진학을 생각하는 고등학생이나 대학생들에게는 본인이 중년이 됐을 때 맞을 변화를 예상해 보라고 하고 싶네요. 막연한 기대만 갖고 있다면 신중하게 생각해 볼 것을 권하고 싶어요.
▶지금은 돌잡이 필수품이 법조인을 상징하는 판사봉인데…
당분간은 돌잡이 판사봉 안 없어지겠죠. (웃음) 그런데 기술적 특이점이 오면 돌상에서 판사봉 치우게 될 겁니다. 법조인 되기 위해 선행학습에 열 올릴 이유도 많이 줄어들 거고요.
▶AI 시대에 변호사의 역량을 판단하는 기준도 바뀌지 않을까요
지금은 법률 소비자들이 변호사가 전관인지, 재판부와 연이 있는지, 전문 지식을 갖췄는지 등을 기준으로 삼고 있죠. 앞으로 AI가 고도화하면 AI를 다루고 협업해 사건 처리에 속도를 내고, 깊이를 더하는 역량이 있는지도 선택의 기준 중 하나가 될 겁니다.
▶AI를 법원이 본격적으로 도입하면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판결문 작성을 돕는 AI가 법원에 도입되면 사건 적체가 꽤 해소되지 않을까 예상해요. AI가 사건 결론까지 다 내는 거 아니냐고 오해하는데, 인간 판사가 판단을 내리고 AI는 서면 요약 등을 하는 거죠. AI를 활용해 사법부의 시간을 절약하고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겁니다.
▶검찰·경찰의 수사에도 AI가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피의자나 피고인 진술을 AI로 검수하면 논리 비약이나 모순, 거짓말을 잘 짚어낼 수 있을 겁니다. 이를 기반으로 조사하면 당사자가 진실을 말할 가능성이 커지죠. AI가 경찰, 검찰의 수사 관행이나 수사 업무를 혁신하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리걸테크의 미래는 어떻게 보시나요
미국에는 리걸테크 회사가 3000개 정도 있고, 변호사협회나 법원과 잘 협업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도 마찬가지고요. 그런데 우리는 계속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만약 대한변호사협회가 우리 리걸테크 기업을 징계하거나 규제하면, 글로벌 AI 기업이 파고들 텐데 막상 이들을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대한변호사협회와의 반목이 이어지면 리걸테크 기업도 투자 유치 등이 어려울 테고요. 하루빨리 양측이 이견을 좁히고 상생의 길을 찾길 바랍니다.
▶‘법조계의 스티브 잡스’란 별명이 있는데요. AI를 잘 쓰는 ‘팁’을 부탁드립니다
AI를 잘 활용하면 나이를 초월한, 엄청난 초능력자가 된 듯 느낄 수 있습니다. 알라딘의 램프를 손에 쥐고 있다는 생각도 들고요.
저는 ‘AI를 고문한다’는 비유를 자주 씁니다. 생성형 AI에 계속(go on)이란 명령어를 반복하면 생각지 못한 답을 얻기도 하고요. 무작정 질문만 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적합한 키워드를 넣는 등 질문을 잘하는 능력이 중요하죠. 계속 활용해 보는 게 왕도입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강민구 법무법인 도울 대표변호사(사진)는 2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AI 때문에 직업이 사라지거나 위상이 약해질 수도 있지만, AI를 통해 자기 한계를 넘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했다. 또 “AI를 외면하는 건 해결책이 아니다”라며 “AI라는 천리마에 올라탈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법관 시절 그는 대법원 사법정보화발전위원장 등을 역임하며 사법부의 디지털 전환을 주도한 인물 중 하나다. 올해 초 법원에서 정년퇴직하고 변호사로 변신하면서 디지털·AI 관련 연구소인 상록수협회를 세워 활동 중이다. 다음은 강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변호사가 된 후 업무수행 방식에 가장 큰 차이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지난 1월 법원에서 정년 퇴임하고 5월부터 변호사로 일하고 있는데요. 처음에는 외계 행성의 이방인 느낌이었는데 이제는 잘 적응한 정주민이 된 기분입니다.
사건 당사자들은 하고픈 말이 산더미처럼 많아요. 저는 변호사가 된 뒤 의뢰인에게 이야기할 시간을 충분히 드리고 있습니다. 당사자들은 말만 충분히 할 수 있어도 큰 위로를 받습니다. 의뢰인과 대화를 오래 하면, 변론서 작성 등을 할 시간이 부족하지 않으냐고 궁금해할 수 있는데요. 오히려 당사자 말을 충분히 들을수록 사건의 실체에 접근하기 쉽고, AI를 활용하면 정리 시간도 단축할 수 있습니다.
▶경쟁 로펌에서 ‘AI를 알려 달라’는 요청을 받으신다면서요
다른 로펌들에서 제게 AI 강연을 부탁하는 게 신기하다면 신기한 일이겠네요. 어찌 보면 경쟁자에게 무기를 제공하는 격인데, 기꺼이 응하고 있습니다. 변호사 실무에 AI를 활용하는 노하우를 많이들 궁금해합니다. 상대방의 방대한 서면에서 핵심을 놓치지 않고 요약하기, 소송 대응 전략 짜기 등이죠.
▶변호사들 대상 강연 분위기는 어땠나요
한 로펌에서 AI 활용 시연까지 하자 젊은 변호사들이 한숨을 쉬었어요. 신기술에 대한 경외감과 자신의 일자리가 위협받는다는 공포감에서 나온 반응이겠죠. 법조 전문 AI가 아닌 범용 AI만 써도 상당한 결과가 나오거든요.
▶법조계 전반적으로 아직은 AI에 적대적인 느낌이 있는데요
AI가 법조인의 라이선스를 위협하니까요. 법률 소비자가 변호사에 의뢰하지 않고, 직접 AI를 활용해 사건을 처리하면 변호사의 일거리가 줄죠. 로펌도 AI를 잘 활용하면 변호사를 대거 신규 채용할 이유가 희박해져요. 그러면 젊은 변호사들이 진입하기 어려워지죠.
▶변호사 업계가 지각변동을 피할 수 없겠네요
그렇다고 AI를 외면하고 규제하는 게 답이 될 수 없죠. 우리가 19세기에 쇄국정책을 펼쳤는데 결국 병인양요, 신미양요 못 피했잖아요. 아무리 AI 쇄국정책을 펴도 글로벌 기술기업들의 진출을 어떻게 막겠습니까. 이미 빗장은 열렸고, 우리나라만 문을 닫아걸 방법이 없어요.
이제 현실을 받아들이고 AI를 통해 어떻게 활동 영역과 생산성을 확대할지로 관점을 바꿔야 해요. AI를 잘 활용하면 개인 변호사나 중소형 로펌이 대형 로펌을 위협하는 역량을 갖출 수도 있거든요. 법조인이 평등하고 대등해지도록 해 주는 무기가 AI일 수 있는 거죠.
▶그러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진학에 신중해야 할까요
2040년 전후로 기술적 특이점이 온다는 전문가들 의견에 저는 동의합니다. AI 등 시스템이 인간의 능력을 초월하는 시기가 오면, 판사 검사 변호사의 절반 정도가 직업을 잃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봅니다. 일례로 소송 당사자들이 인간 판사의 판결을 거부하고 AI 판사를 택할 수도 있죠.
지금 로스쿨 진학을 생각하는 고등학생이나 대학생들에게는 본인이 중년이 됐을 때 맞을 변화를 예상해 보라고 하고 싶네요. 막연한 기대만 갖고 있다면 신중하게 생각해 볼 것을 권하고 싶어요.
▶지금은 돌잡이 필수품이 법조인을 상징하는 판사봉인데…
당분간은 돌잡이 판사봉 안 없어지겠죠. (웃음) 그런데 기술적 특이점이 오면 돌상에서 판사봉 치우게 될 겁니다. 법조인 되기 위해 선행학습에 열 올릴 이유도 많이 줄어들 거고요.
▶AI 시대에 변호사의 역량을 판단하는 기준도 바뀌지 않을까요
지금은 법률 소비자들이 변호사가 전관인지, 재판부와 연이 있는지, 전문 지식을 갖췄는지 등을 기준으로 삼고 있죠. 앞으로 AI가 고도화하면 AI를 다루고 협업해 사건 처리에 속도를 내고, 깊이를 더하는 역량이 있는지도 선택의 기준 중 하나가 될 겁니다.
▶AI를 법원이 본격적으로 도입하면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판결문 작성을 돕는 AI가 법원에 도입되면 사건 적체가 꽤 해소되지 않을까 예상해요. AI가 사건 결론까지 다 내는 거 아니냐고 오해하는데, 인간 판사가 판단을 내리고 AI는 서면 요약 등을 하는 거죠. AI를 활용해 사법부의 시간을 절약하고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겁니다.
▶검찰·경찰의 수사에도 AI가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피의자나 피고인 진술을 AI로 검수하면 논리 비약이나 모순, 거짓말을 잘 짚어낼 수 있을 겁니다. 이를 기반으로 조사하면 당사자가 진실을 말할 가능성이 커지죠. AI가 경찰, 검찰의 수사 관행이나 수사 업무를 혁신하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리걸테크의 미래는 어떻게 보시나요
미국에는 리걸테크 회사가 3000개 정도 있고, 변호사협회나 법원과 잘 협업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도 마찬가지고요. 그런데 우리는 계속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만약 대한변호사협회가 우리 리걸테크 기업을 징계하거나 규제하면, 글로벌 AI 기업이 파고들 텐데 막상 이들을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대한변호사협회와의 반목이 이어지면 리걸테크 기업도 투자 유치 등이 어려울 테고요. 하루빨리 양측이 이견을 좁히고 상생의 길을 찾길 바랍니다.
▶‘법조계의 스티브 잡스’란 별명이 있는데요. AI를 잘 쓰는 ‘팁’을 부탁드립니다
AI를 잘 활용하면 나이를 초월한, 엄청난 초능력자가 된 듯 느낄 수 있습니다. 알라딘의 램프를 손에 쥐고 있다는 생각도 들고요.
저는 ‘AI를 고문한다’는 비유를 자주 씁니다. 생성형 AI에 계속(go on)이란 명령어를 반복하면 생각지 못한 답을 얻기도 하고요. 무작정 질문만 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적합한 키워드를 넣는 등 질문을 잘하는 능력이 중요하죠. 계속 활용해 보는 게 왕도입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