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19일 북한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마치고 걸어가고 있다. 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19일 북한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마치고 걸어가고 있다. AP연합뉴스
한반도에서 전쟁 발발시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의 3.9%가 증발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2022년 발생한 글로벌 GDP 피해액의 2배를 넘는 수치다. 또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발생한 피해액의 3분의 2에 맞먹는다.

29일(현지시간) 블룸버그이코노믹스는 한반도에서 한국과 북한이 전면전을 치를 경우 수백만 명이 사망하고, 1년 간 전 전세계 4조달러(약 5523조원)의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글로벌 GDP의 3.9%에 달한다.
"연 5500조 날리고 금융위기까지…" 한국 향한 '무서운 경고'
블룸버그 분석에 따르면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피해액은 전 세계 GDP의 1.5%로 한반도 전쟁으로 예상되는 피해액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글로벌 금융 위기가 발발한 이후인 2009년 전 세계 GDP의 5.9%가 증발했다.

블룸버그는 "한반도에서 전면전을 치르게 되면 산업 생산과 수출이 급감해 한국 경제는 37.5% 위축될 것"이라며 "동남아시아, 일본, 대만 등은 한국 반도체에 의존하고 있고, 해양 지역 혼란에 취약해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반도체 수출 중단, 해상 운송 차질 등으로 중국 GDP는 5%의 타격을, 반도체 공급 부족 등으로 미국 GDP는 2.3%의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됐다.

블룸버그는 김정은 정권이 붕괴하는 시나리오에서 한국 GDP가 2.5% 감소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중국과 미국의 GDP는 각각 0.5%, 0.4% 감소하고, 전 세계 GDP는 0.5% 감소하는 데 그친다고 봤다.

블룸버그는 "1950년 남북한 사이 전쟁이 발발했을 때 남북한이 전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4% 미만이었다"며 "오늘날 한국만 해도 1.5% 이상을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중국이 한국전쟁 때처럼 서로 반대편에 서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세계 경제 초강대국 간 무역은 새로운 장벽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한반도 전쟁 발발로 인한) 반도체 공급 부족은 전 세계 공급망을 마비시키고,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남북한 사이 전면전이 일어날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그렇다고 가능성이 제로(0)는 아니다"며 "지난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은 전쟁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