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껑 열어보니 또 마두로…부패·폭력·경제난 악화에 부정선거 의혹까지
국외 이주 고려 유권자들도 쇄도…"많은 사람 죽을 것"

28일(현지시간) 대선을 치른 중남미의 베네수엘라가 부정선거 논란으로 긴장감에 휩싸이고 있다.

니콜라스 마두로(61)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야당 후보에게 큰 격차로 밀렸다는 그간 여론조사 결과 및 선거 당일 출구조사 결과를 깨고 향후 6년을 더해 18년간 장기 집권하는 3선 고지에 오르자 국민 반발이 수면 위로 분출되고 있다.

반미 좌파 성향의 마두로 대통령 집권 기간 민주주의 훼손과 인권 유린, 경제난 악화 등으로 이미 등을 돌린 민심이 부정선거 의혹이라는 뇌관을 만나 일촉즉발의 상황에 처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마두로 자축에 민심은 부글부글…한밤의 거리 냄비 시위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 주변 주민들은 이날 밤 대선 결과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냄비를 두드리기 시작했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반면 열성적인 마두로 대통령 지지자들은 대통령궁 밖에서 콘서트를 열어 자축하는 등 나라가 두 쪽으로 쪼개진 모습이었다.

마두로 대통령은 무대에 올라 레게톤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우리가 살아온 날은 정말 아름다운 날"이라며 "국민이 마땅히 누려야 할 이 승리를 나에게 준 것에 감사한다.

이건 평등이라는 이상의 승리"라고 말했다.

이런 자화자찬은 전반적인 국민 정서는 물론 투표 당일 현장의 분위기와도 거리가 있어 보인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베네수엘라 대선이 부정으로 점철됐다며 선거 결과에 대한 좌절감이 이 나라를 거리 시위가 이어지는 깊은 불확실성의 시기로 몰아넣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국의 많은 투표소가 늦게 문을 열었고, 투표기기의 작동이 멈추거나 야당 측 참관인의 투표소 입장이 금지되는 등 문제가 불거졌다.

자신도 모르게 투표소 장소가 바뀌었다는 유권자도 있었다.

베네수엘라 북부 쿠마나의 한 투표소 밖에는 헬멧과 방탄조끼를 착용한 50여명의 무장 경찰과 주방위군이 도열해 반(反) 마두로 유권자에게 위력을 과시하는 것 같았다고 NYT는 전했다.

유권자 유스밀라 마르티네스는 투표를 앞두고 자신이 일하는 공공 의료 부문의 부패와 부실 운용에 진절머리가 난다며 이번 대선에서 집권당에 처음으로 반대표를 행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내 스스로 항상 좌파라고 생각해왔지만 마두로(대통령)가 하는 일에는 사회주의적인 것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택시 운전사 에이베르 로페스는 "우리는 마두로를 몰아내기 위해 투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두로 자축에 민심은 부글부글…한밤의 거리 냄비 시위
투표소 밖에서 '비바 니콜라스'(마두로 대통령)를 외치는 괴한들에게 폭행당한 라이너 곤살레스(25)는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베네수엘라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생애 처음으로 투표한 그는 "사랑하는 이 나라에서 범죄자 집단의 폭력이 더 이상 있어서는 안된다"며 "우리는 평화와 자유, 진실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마두로 대통령의 당선 결과에 실망하는 국민의 해외 이주도 예상된다.

재클린 시스로네스라는 여성은 "그들(마두로 정권)이 우리에게 연료를 주든 음식을 주든 상관하지 않는다"며 자기 아들이 있는 칠레로 떠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야당 행사에서 물을 팔았던 루이스 브라보는 마두로 대통령의 승리 선언으로 반대 시위가 벌어진다면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의 시위 진압 시) 분명히 많은 사람이 죽을 것"이라며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기도하지만 (시위를) 해야 한다면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