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밀화학은 기술 수준에 따라 부가가치율 변화가 큰 산업이다. 고객 맞춤형 제품을 만드는 산업 특성상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고객사 수요를 정확히 파악하고 납기 내에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연구개발(R&D)에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하는 산업으로 꼽힌다.
미원상사 "반도체 공정 핵심 원료 국산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미원상사는 1959년 설립돼 65년 역사를 지닌 정밀화학 업체다. LG생활건강, 애경산업, 아모레퍼시픽이 생산하는 화장품·생활용품에 미원상사가 만든 화학 소재가 들어간다. 강신우 미원상사 대표(사진)는 29일 회사 경쟁력으로 ‘기술’을 꼽으며 “향후 부가가치가 높은 소재를 적극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미원상사는 자사가 생산하는 제품과 관련한 기술을 대부분 내재화하고 있다. 경기 안산시 목내동 반월공장에는 연구원 약 100명이 일하는 연구소가 있다. 강 대표는 “생산 시설이 첨단이어도 R&D 없이는 고객 수요에 맞는 제품을 만들 수 없다”며 “중견기업에서 이 정도 수준의 R&D 조직을 꾸리는 건 흔치 않다”고 강조했다.

세계적으로 친환경 제품 수요가 늘어나는 건 이 회사에 기회다. 강 대표는 “동물실험을 거치지 않은 화장품·생활용품 수요가 한국과 미국에서 증가하고 있다”며 “이런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관련 제품을 적극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강 대표는 2020년대 들어 전자재료사업부 매출이 생활화학제품사업부를 넘어선 점을 의미 있게 평가했다. 디스플레이·반도체·2차전지 등에 사용되는 화학 소재를 공급하는 전자재료사업부 매출은 2021년 1514억원, 2022년 1867억원, 2023년 1870억원으로 우상향 곡선을 그리며 생활화학사업부 매출을 뛰어넘었다.

같은 기간 생활화학사업부 매출은 1448억원, 1789억원, 1728억원이다. 2019년만 해도 전자재료사업부 매출은 951억원으로 생활화학사업부(1075억원)보다 뒤처졌다. 이런 실적에 대해 강 대표는 “2019년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가 소재 국산화에 불을 지폈다”며 “반도체 산업은 기술 변화와 신제품 출시 속도가 빨라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시장 성장 속도에 맞춰 소재 국산화도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국내 최초로 개발한 음이온 폴리하이드록시스티렌(PHS)을 양산하기 시작했다. 음이온 PHS는 반도체 공정에 필수로 들어가는 포토레지스트(빛에 반응해 화학적 변화를 일으키는 감광액)의 핵심 원료다. 이전까지는 일본에서 전량 수입했다.

반도체 산업은 원청사가 공급처를 쉽사리 바꾸지 않는 만큼 회사는 전자재료사업부가 안정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 강 대표는 “반도체는 한 공정에서 불량이 발생하면 후속 공정이 모두 영향을 받아 피해 규모가 커진다”며 “주요 기업이 신뢰할 수 있는 공급처와 계약을 맺고 이를 오래 유지하는 이유”라고 했다.

강 대표는 생활화학사업부와 전자재료사업부 규모를 동시에 키워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그는 “화학 원료는 생산 당일 기온과 습도 등에 따라 상태가 달라질 수 있다”며 “품질이 균일한 제품을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R&D 투자로 생산·기술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안양=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