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임이냐 교체냐…5대 은행장 연말 임기 만료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장 임기가 올 연말 만료된다. 임기 종료 3개월 전부터 차기 행장 선임 절차를 시작하도록 한 금융당국의 ‘은행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에 따라 오는 9월부터 인선 작업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금융권에서는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와 횡령·배임 등 내부통제 문제, 지주회장의 연임 여부가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5명 중 4명은 첫 임기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재근 국민은행장과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승열 하나은행장, 조병규 우리은행장, 이석용 농협은행장의 임기가 연말 동시에 종료된다. 작년 연임(1년)에 성공한 이재근 행장을 제외하고는 첫 임기다. 이승열 행장과 이석용 행장은 지난해 1월 취임해 임기(2년) 종료를 앞두고 있다. 정상혁 행장과 조병규 행장은 각각 작년 2월과 작년 7월 전임 행장의 잔여 임기를 물려받았다.

은행권이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연임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신한은행장 시절 이례적으로 첫 임기(2년)를 마친 뒤 연임 임기도 2년을 받아 총 4년간 행장을 지냈다. 통상 최고경영자(CEO) 임기를 신규 선임 2년, 연임 시 1년으로 운영했지만 책임 경영을 강화하자는 취지였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에서도 연임은 물론 3연임 사례가 적지 않다. 금융권 관계자는 “책무구조도 도입을 앞두고 내부통제가 중요한 만큼 기존 행장에게 연임 기회를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차기 행장 선임 포인트는

차기 행장 경쟁도 본격화하고 있다. 하반기 들어 연임이냐 새 인물이냐를 두고 물밑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어서다. 금융권에서는 5대 은행장의 공과(功過)에 따라 연임 여부가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정상혁 행장은 한용구 전 행장이 취임 한 달여 만에 건강상의 이유로 갑작스레 물러난 뒤 행장을 맡아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한은행은 정 행장의 ‘고객 몰입 경영’을 통해 올해 상반기 2조53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며 ‘리딩뱅크’(은행권 순이익 1위)에 올랐다. 첫 외환은행장 출신 행장인 이승열 행장도 자산 관리와 글로벌, 연금 분야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이 행장 취임 첫해인 작년 하나은행은 리딩뱅크를 차지했다.

조병규 행장은 연간 순이익 1위 은행을 목표로 기업금융과 자산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이석용 행장은 ‘디지털’을 경영 키워드로 성과를 냈다.

변수는 은행권을 덮친 악재다. 5대 은행은 홍콩 ELS 손실 사태로 불완전 판매 논란에 휩싸였다. 배임·횡령 사건도 연임을 가를 변수로 꼽힌다. 국민은행에서는 증권대행부 직원들의 미공개 정보 이용 사건이 발생했다. 농협은행에서도 담보 부풀리기를 통한 과잉 대출이 적발됐다. 우리은행은 대출 신청서와 입금 관련 서류를 위조하는 수법으로 100억원이 넘는 대출금을 빼돌린 영업점 직원이 구속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금융지주 회장의 임기 역시 차기 행장 선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통상 지주회장이 교체되면 은행장 등 주요 경영진이 바뀐 사례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석준 농협금융 회장은 올 연말, 함영주 회장은 내년 3월 임기를 마친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금융지주 회장 후보 1순위인 은행장 선임은 금융그룹 지배구조 문제와도 맞물려 있다”며 “안정과 쇄신을 놓고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의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