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5년까지 23조원 규모로 성장이 기대되는 이중항체 시장에 다국적 제약사들이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기존 면역항암제의 한계를 극복할 새로운 치료법으로 떠오르면서다. 항암제뿐 아니라 황반변성, 희소질환 등 기존에 치료제가 없는 분야에서도 이중항체 가능성이 조명받고 있다.
항암서 희소질환 치료까지…이중항체 뜬다

4조원 베팅 노바티스 등 경쟁 치열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는 최대 4조원을 투자해 미국 이중항체 바이오기업 드렌바이오와 협력한다고 지난 24일 발표했다. 올 5월에는 존슨앤드존슨(J&J)이 스위스 누맙테라퓨틱스로부터 1조7000억원 규모로 이중항체 아토피 신약 후보물질을 도입한 데 이어 미국 이중항체 개발사 프로테오로직스를 1조1600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미국 머크(MSD), 길리어드사이언스, 아스텔라스 등도 이중항체 후보물질을 확보하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중항체는 항암제 등 분야에서 기존 항체 신약의 한계를 극복할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두 가지 표적을 동시에 노리는 게 가능해 단일항체 면역항암제에 비해 포괄적으로 발병 요인을 차단할 수 있어서다.

단일항체보다 효능 뛰어나

이중항체 연구는 2010년대 들어 본격화됐다. 최근 주목받는 모댈리티(치료접근법)인 항체약물접합체(ADC), 표적단백질분해(TPD) 치료제 등이 30년 이상 기반 기술을 연구해온 점을 감안하면 비교적 역사가 짧다. 항체에 새로운 결합부위를 추가하면서 안정성을 유지하기 어려워 개발에 장애물이 많았다. 생산도 까다롭다. 단일항체보다 더 복잡한 구조를 지녀 생산 수율을 높이기 어려웠다. 자연스럽게 대량생산이 쉽지 않았고 단가는 비싸졌다.

이중항체 개발사 관계자는 “지난 몇 년간 개발 공정이 발전하며 생산성도 늘면서 상업화가 가능해진 것”이라며 “최근엔 수율 문제로 상업화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는 거의 없다”고 했다.

지금까지 총 9종의 이중항체 신약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았다. 황반변성 2종, 혈액암, 4종, 고형암 2종, 희소질환 1종 등이다. 이중 7종이 2021년 이후 허가를 받았다. 성과는 좋다. 혈우병 치료제인 로슈의 헴리브라는 지난해에만 6조5000억원의 매출을 내기도 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루츠애널리시스에 따르면 지난해 7조8000억원 규모인 이중항체 시장은 2035년 23조3772억원으로 커질 전망이다.

이중항체의 진화…ADC와 접목

최근에는 이중항체보다 표적을 더 늘린 삼중항체 개발도 활발하다. 길리어드는 올해 3월 삼중항체를 개발하던 네덜란드 제약사 메루스를 약 2조2000억원에 인수했다. MSD도 올해 1월 미국 하푼테라퓨틱스를 약 9500억원에 인수하며 삼중항체 개발에 뛰어들었다. 국내에서는 셀트리온과 이수앱지스 등이 삼중항체를 개발하고 있다.

이중항체와 ADC를 접목하려는 시도도 있다. 암세포에 반응하는 항체와 세포독성이 있는 약물(페이로드)을 링커로 연결한 형태를 지닌다. 단일항체 대신 이중항체를 이용하면 암세포를 더 정확히 노려 독성 부작용을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기대로 지난해 12월 중국 시스트이뮨은 임상 2상 단계의 이중항체 ADC 후보물질을 BMS에 약 11조원에 기술이전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에이비엘바이오가 3종의 이중항체 ADC 개발에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삼중항체와 이중항체 ADC는 효능을 입증한 사례가 아직 없다”며 “개발에 성공하면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분야”라고 설명했다.

이영애 기자

■ 이중항체

질환의 원인이 되는 두 개의 표적에 동시에 결합할 수 있는 항체 치료제다. 표적 하나에만 작동하는 일반 항체에 비해 부작용이 적고 효능은 뛰어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