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위메프 사태 해결의 열쇠를 쥔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가 29일 자신이 보유한 큐텐 지분 42.8%를 모두 매각하거나, 담보로 활용해 사태 수습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구 대표가 공식 입장을 밝힌 건 지난 23일 ‘티메프 대란’이 터진 지 약 1주일 만이다.

구 대표는 이날 공식 입장문을 내고 “입장 표명이 늦어진 점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티몬·위메프가 파악한 소비자 피해 규모가 500억원 내외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선 양사가 현장 피해 접수 및 환불 조치를 실시했고, 지속해서 피해 접수와 환불을 해나갈 예정”이라고도 했다.

구 대표는 사태 수습을 위해 해외에 있는 자금을 피해회복용으로 투입하겠다고도 했다. 그는 “큐텐은 양사에 대한 피해회복용 자금 지원을 위해 긴급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며 “큐텐이 보유한 해외 자금 유입과 큐텐 자산 및 지분 처분이나 담보를 통한 신규 자금 유입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룹 차원의 인수합병(M&A)과 사재 출연 등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구 대표는 “큐텐은 그룹 차원에서 펀딩과 M&A를 추진하고 있다”며 “제가 가진 재산의 대부분인 큐텐 지분 전체를 매각하거나 담보로 활용해 금번 사태 수습에 사용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판매 대금을 아직 받지 못한 판매자(셀러)에 대해선 “지연이자 지급과 판매수수료 감면 등 셀러 보상 프로그램을 마련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셀러·소비자 사이에선 구 대표가 밝힌 방안이 ‘형식적인 해명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큐텐그룹의 생존 자체가 의심받는 상황에서 지분 매각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데다 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판매자 대금 정산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 방안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날 법무법인 심은 티메프 환불 피해자들을 대표해 강남경찰서에 구 대표, 류광진 티몬 대표, 류화현 위메프 대표 등 5명을 사기·횡령·배임 혐의로 고소했다. 심준섭 변호사는 “정산대금을 줄 수 없음에도 쇼핑몰을 운영한 것은 폰지사기 행태”라고 지적했다.

검찰도 이번 사태와 관련해 내부적으로 법리 검토에 들어갔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반부패수사1부는 이번 사건이 시장 질서를 무너뜨린 중대 민생 침해 범죄로 보고, 금융당국의 수사 의뢰 등에 대비해 선제적 검토에 들어갔다.

한편 구 대표는 30일 국회에서 열리는 정무위원회 현안 질의에 출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무위 여당 간사인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 측은 “구 대표와 류광진, 류화현 대표가 출석할 것이라는 의사를 전해왔다”고 말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