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국민 사기극’ 호소문 > 티몬·위메프의 정산금 미지급 사태로 판매자(셀러)들의 대규모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29일 서울 삼성동 위메프 본사에 피해자들의 호소문이 붙어 있다.   김범준 기자
< ‘대국민 사기극’ 호소문 > 티몬·위메프의 정산금 미지급 사태로 판매자(셀러)들의 대규모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29일 서울 삼성동 위메프 본사에 피해자들의 호소문이 붙어 있다. 김범준 기자
정부가 티몬·위메프의 미정산 사태 확산을 막기 위해 정산금을 받지 못한 판매자(셀러) 지원에 최소 56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대출 위주의 지원이어서 숨통을 잠시 틔우는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할 티몬·위메프의 모기업 큐텐이 신속하게 자금 조달에 나서 정산하는 게 급선무인데,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대증요법’ 그친 정부 대책

정부는 29일 김범석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2차 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티몬·위메프에서 정산금을 제때 지급받지 못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해 ‘5600억원+α’의 유동성을 즉시 투입하기로 했다.

주무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을 통해 2000억원 규모의 긴급 경영안정 자금을 지원하는 게 핵심이다. 정산 지연 또는 긴급경영 안정자금 대출 한도 내에서 저금리로 대출해준다. 금융위원회는 신용보증기금, 기업은행과 최소 3000억원 규모의 협약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여행사 등 관광 사업자 대출에 대해 이차보전(이자 차액 보전 제도)을 지원한다.

여기에 더해 피해 기업의 대출과 보증 만기를 최대 1년 연장하고, 종합소득세 및 부가가치세 납부 기한을 최대 9개월 연장하기로 했다.

소비자 대책도 나왔다. 여행사·카드사·전자지급결제대행(PG)사의 협조를 통해 신속한 환불 처리를 지원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1개 PG사 중 8곳(네이버파이낸셜·카카오페이·NICE페이먼츠·다날·토스페이먼츠·NHNKCP·NHN페이코·스마트로)은 소비자에게 직접 카드 결제 취소 요청을 접수·안내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네이버페이는 환불 신청을 받기 시작한 지 하루 만인 이날부터 일부 소비자에게 결제액을 돌려주고 있다. 나머지 3곳(KG이니시스·한국정보통신·헥토파이낸셜)도 이른 시일 내에 진행할 계획이다.

큐텐, 어디서 돈 구해오나 의구심

정부 대책이 비교적 신속하게 나왔으나 이는 ‘대증요법’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핵심인 판매자에 대한 지원과 관련해선 결국 ‘빚으로 빚 돌려막기’란 지적이 나온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의 유동성 공급 대책은 피해 기업이 당장 줄도산하는 사태를 막고 급한 불을 끄는 데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근본적으론 판매자들이 정산금을 받을 수 있게 큐텐그룹의 자구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티몬·위메프의 판매자 정산 및 소비자 환불 지연 사태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29일 서울 삼성동 위메프 본사에 미정산 사태와 관련된 내용이 적힌 직원의 노트가 펼쳐져 있다.   김범준 기자
티몬·위메프의 판매자 정산 및 소비자 환불 지연 사태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29일 서울 삼성동 위메프 본사에 미정산 사태와 관련된 내용이 적힌 직원의 노트가 펼쳐져 있다. 김범준 기자
티몬·위메프의 지배구조 정점에는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큐텐이 있다. 큐텐은 티몬과 인터파크커머스를 100% 자회사로 두고 있으며, 큐텐코리아와 함께 위메프 지분 72.2%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큐텐의 재무구조가 취약해 자금 동원 능력에 많은 의구심이 있다. 2021년 기준 1년 내 갚아야 할 유동부채(5177억원)가 유동자산(1454억원)의 3.5배에 이른다. 누적 결손금도 4316억원에 달했다. 핵심 자회사로 꼽히는 물류기업 큐익스프레스도 취약하긴 마찬가지다. 2022년 기준 매출 5126억원을 거두고도 영업손실이 537억원에 달했다. 이 탓에 금융당국에 “관계사를 통해 5000만달러(약 700억원)를 조달하겠다”고 했음에도 신뢰가 안 간다는 반응이 많다.

티몬·위메프 사태로 대규모 적자를 내고 있는 e커머스에 대한 불신도 확산하고 있다. 큐텐과 비슷한 사업모델을 갖춘 11번가와 G마켓의 앱 일간활성이용자(DAU)는 이달 들어 각각 10% 이상 감소했다. 셀러들이 일부 이탈하면서 이용자 감소로 이어진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11번가와 G마켓은 지난해 각각 1258억원과 32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안재광/박상용/서형교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