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 관료 출신이 사장으로 있는 공공기관이 경영평가 점수를 잘 받는 경향이 있다. 이 사장이 다시 기재부 차관으로 올 수 있으니 미리 점수를 따두려는 것이다.”(수년간 경영평가를 담당한 공기업 관계자)

공공기관 경영평가의 공정성과 경영평가 위원의 전문성은 매년 반복되는 논란거리다. 전문가들은 평가 주체인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와 공운위 지침에 따라 공공기관을 실사·평가하는 경영평가단의 구성 방식이 낳은 한계라고 지적했다.

공운위는 공공기관의 경영평가, 기능 조정, 인건비 인상률을 결정한다. 공운위원장은 기재부 장관이 맡는다. 공운위를 구성하는 민간위원 11명은 장관이 추천한다. 경영평가 단장도 기재부가 선정한다. 또 다른 공기업 관계자는 “평가위원 선임 절차가 정해져 있지만 모든 권한이 집중된 기재부의 입김이 반영되지 않을 수 없다”며 “공운위 민간위원에 위촉되는 교수진 가운데 관변 인사가 많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경영평가 위원의 전문성도 매번 도마에 오른다. 변호사, 회계사 같은 전문가도 있지만 해당 기관과 관련이 없는 교수 등이 위촉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공기업 관계자는 “교수 출신 경영평가 위원은 해당 기관 이해도가 전혀 없어 보이는 수준의 지적을 하는 경우가 잦다”면서도 “지적 사항을 반영하지 않으면 평가 점수가 나오지 않으니 못 들은 척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327개 공공기관 가운데 기재부가 경영평가를 주도하는 기관만 87곳이다. 수십만 명의 임직원이 매년 수십조원 규모의 사업을 벌이는 공공기관들의 전반적 경영 활동을 기재부와 경영평가 위원 20~30명이 평가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평가 방식을 문제 삼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경영 전략과 재무 성과, 조직·보수 관리를 점검하는 경영 관리, 주요 사업별 계획과 성과를 따지는 주요 사업으로 구성된다. 평가 방식은 계량 평가와 비계량 평가로 나뉜다.

계량 평가는 숫자로 평가받지만, 비계량 평가는 보고서를 제출하고 실사를 받는다. 비계량 평가가 소위 정부 말 안 듣는 공공기관을 길들이는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게 공공기관 관계자들의 불만이다. 공기업 경영평가 담당자는 “대부분의 기관이 공운위에 제출하는 보고서의 내용은 ‘우리 기관은 정부 국정과제에 맞춰 이런 중점 과제를 선정해 성과를 냈다’는 식”이라며 “중장기 투자 성과와 경영 실적은 뒷전”이라고 말했다.

이슬기/정영효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