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궁 대표팀 중국과의 결승전에서 심박수가 표시되고 있다(왼쪽). 오른쪽은 선수 맞춤형 그립. 대한양궁협회 제공·방송 캡처
양궁 대표팀 중국과의 결승전에서 심박수가 표시되고 있다(왼쪽). 오른쪽은 선수 맞춤형 그립. 대한양궁협회 제공·방송 캡처
지난 2~4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2024 파리올림픽을 앞두고 ‘스페셜 경기’가 열렸다. 바로 인공지능(AI) 슈팅로봇과 양궁 국가대표 선수단 간 대결. 파리올림픽 여자 양궁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거머쥔 임시현 선수는 이 경기에서 2점 차로 로봇에 패했다.

대한양궁협회 회장사인 현대자동차그룹은 이 로봇을 제작해 올해부터 양궁 대표팀 훈련에 투입했다. 로봇은 센서로 바람 방향과 세기를 파악하기 때문에 평균 점수가 9.65점에 이른다. 선수들은 이 로봇과 경기하며 훈련장에서 실전과 비슷한 압박감을 느꼈다고 한다. 선수들은 이렇게 측정된 데이터를 참고 자료로 썼다. 현대차그룹은 자동차를 개발하면서 쌓은 연구개발(R&D) 노하우를 활용해 훈련 장비를 개발해왔다. AI 슈팅로봇도 그런 사례다.
한국 양궁 대표팀이 고정밀 슈팅로봇과 대결하고 있다. 대한양궁협회 제공·방송 캡처
한국 양궁 대표팀이 고정밀 슈팅로봇과 대결하고 있다. 대한양궁협회 제공·방송 캡처
현대차그룹이 제작한 양궁 관련 첨단 장비는 이뿐이 아니다. 선수들의 ‘강심장’을 만든 심박수 측정 장비도 있다. 2019년 6월 네덜란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심박수 중계 기술을 테스트하자 한국양궁협회가 국내 훈련 환경에도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이 장비는 비접촉 방식으로 선수 얼굴의 미세한 색상 변화를 감지해 맥파를 검출하고 심박수를 측정한다. 현대차그룹의 첨단 비전 컴퓨팅 기술을 활용했다. 주변 노이즈를 걸러내는 안면인식 알고리즘도 적용했다. 선수들은 이 심박수 산출 시스템에서 나온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별 맞춤 훈련을 했다.

현대차그룹과 양궁협회는 선수 손에 최적화한 그립을 3차원(3D) 스캔해 3D 프린터로 제작하고 있다. 그동안 선수들은 그립에 손상이 생기면 새 그립을 다시 손에 맞도록 수작업으로 다듬어야 했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