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서울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민희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오후 서울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민희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소속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이 29일 탈북자 출신인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을 향해 "전체주의 국가에서 생활하다 보니 민주주의 원칙이 안 보이느냐"고 원색적 발언을 쏟아냈다. 최 위원장은 논란이 커지자 박 의원에게 사과와 함께 발언 삭제를 요청했지만, 정작 국회사무처는 "회의록서 발언 삭제는 불가하다"는 설명이다.

29일 국회사무처 의정기록과 관계자는 통화에서 "국회법 제117조에 따라 속기로 작성한 회의록 내용은 삭제할 수 없다"며 "발언을 통해 자구 정정 또는 취소 발언을 한 경우에도 그 발언을 회의록에 적는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삭제는 불가하고 이후 '발언을 삭제해달라'고 하면 그걸로 (해석을) 갈음하는 것"이라며 "삭제 요청한 부분도 회의록에 남는다"고 했다.

국회법 제117조는 '자구의 정정과 이의의 결정'을 다룬 조항이다. 제117조 1항은 '발언한 의원은 회의록에 적힌 자구의 정정을 국회의장(상임위원장)에게 요구할 수 있다. 다만 발언의 취지를 변경할 수 없다'로 규정한다. 3항은 '속기로 작성한 회의록의 내용은 삭제할 수 없으며, 발언을 통하여 자구 정정 또는 취소의 발언을 한 경우에는 그 발언을 회의록에 적는다'고 돼 있다.

이에 따라 최 위원장이 이날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했던 모든 발언은 회의록에 그대로 담길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 회의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여부를 논의하기 위해 열렸다.

최 위원장의 '막말 사태'는 박 의원이 이날 야당 의원들을 향해 "지난 사흘간 열린 청문회는 한 인간에 대한 심각한 인신공격이자 인민재판"이라고 날을 세우자, "전체주의 국가에서 생활하다 보니 민주주의 원칙이 안 보이느냐"고 맞받으며 논란이 됐다.

여권은 즉각 반발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목숨을 걸고 탈북한 동료 시민에게 쓸 수 있는 말이 아니다"며 "차별과 막말이 일상화하는 것을 막아달라"고 지적했다.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은 "박 의원도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대한민국을 동경하며 목숨을 걸고 탈북했을 것"이라며 "동료 의원에게 인격 모독성 발언을 삼갔으면 좋겠다"고 썼다.

최 위원장은 논란이 커지자 곧장 수습에 나섰다. 그는 "전체주의 운운한 부분에 깊이 사과드린다"면서 "박 의원이 사선을 넘어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온 데 경의를 표한다"면서도 "해당 발언을 속기록에서 삭제해달라"고 말했다.

정상원 기자 top1@hankyung.com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