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 위메프처럼 비금융회사가 사실상 금융업을 하면서 훨씬 약한 규제를 받고 있는 ‘그림자 금융’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전자상거래(e커머스)뿐만 아니라 여러 업권에서 ‘제2의 티메프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고객에게서 돈을 먼저 받고 한참 뒤 서비스(대금)를 제공하는 대부분 회사가 비슷한 문제에 처해 있다. 대표적인 게 상조업계다. 상조회사는 미래에 일어날 장례 절차에 대비해 고객으로부터 선수금을 받는다. 상조회사의 선수금 규모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8조3890억원에 달한다.

상조회사는 선불식 할부거래업자로 공정거래위원회 관리를 받고 있다. 할부거래법에 따르면 상조회사는 선수금의 50%를 은행에 예치해야 한다. 이를 제외하면 자금 운용 규제는 전무하다. 금융당국의 정기적인 관리·감독도 받지 않고 공시 의무도 없어 고객 자금이 어떻게 운용되는지 파악하기 쉽지 않다. 한 대형 회계법인 관계자는 “상조회사의 선수금이 대주주 펀드나 관계사의 주식 매입 자금 등으로 쓰이는 일이 허다하다”고 귀띔했다.

‘해피머니’ 등 현금성 상품권을 발행하는 회사도 비슷하다. 상품권 발행업자의 자격 요건과 금융위원회 등록을 규정한 ‘상품권법’이 2021년 발의됐지만 지난 21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현재는 상품권의 연간 발행 한도, 발행업자 자본 요건 등에 대한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 해피머니 발행사인 해피머니아이엔씨는 수년째 부채총계가 자산총계보다 큰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다. 이 회사는 금융당국 규제를 받지 않는 미등록 업체로 지급보증보험조차 들지 않았다. 최근 티몬에서 대량 할인 판매한 해피머니 상품권은 온·오프라인 사용이 막혀 소비자에게 큰 피해를 줬다.

커피 전문점인 스타벅스 등이 판매하는 선불충전금도 규제 사각지대로 꼽힌다. 오는 9월 시행되는 전자금융법 개정안 시행령에선 선불충전금 발행 잔액이 30억원 이상이거나 연간 총발행액이 500억원을 넘어서면 충전금 잔액 100%를 별도 관리하도록 했지만 스타벅스 등 일부 업체는 이 규제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스타벅스처럼 모든 매장을 직영점으로 운영하고, 포인트 사용처가 직영점으로 제한된 곳은 전금법상 선불업자 등록이 면제된다. 스타벅스의 선불충전금 규모는 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벅스코리아 관계자는 “스타벅스의 선불충전금은 지급보증보험에 가입해 안전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