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식 칼럼] 한동훈 대표가 짊어진 무거운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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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 특권 폐지 바람몰이로
민심 잡는 돌파구로 삼아야
巨野 입법독주 탓만 하지 말고
경제활력법 주도, 존재감 찾길
내전, 여권 공멸·나라 불행 불러
용산과 갈등 내화, 전략적 상생을
홍영식 논설위원
민심 잡는 돌파구로 삼아야
巨野 입법독주 탓만 하지 말고
경제활력법 주도, 존재감 찾길
내전, 여권 공멸·나라 불행 불러
용산과 갈등 내화, 전략적 상생을
홍영식 논설위원
지난 경선 때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로부터 ‘내가 돼야 하는 이유’를 듣지 못했다. ‘검건희 여사 문자’ ‘패스트트랙 공소 취소’ 등 끝없는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싸움 이미지만 부각됐다. 그러나 이젠 집권당 대표로서 자생력을 증명해야 할 혹독한 시험대에 올랐다. 사방이 가시덤불인 상황이다. 당내에선 친윤 중진들이, 밖으론 무소불위의 거대 야당이 버티고 있다. 용산과의 관계 설정도 고도의 정치력을 요구한다.
거야에 맞서려면 민심 말고 기댈 곳이 없다. 총선 때 국민의힘이 얻은 만만찮은 득표율(지역구 45.1%)은 동력으로 삼을 만하다. 공약으로 내건 의원 특권 타파 등 정치 개혁의 힘 있는 추진이 돌파구가 될 수 있다.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 금고형 이상 확정 시 재판 기간 세비 반납, 당 귀책 사유로 치러진 보궐선거 무공천, 국회의원 정수 감축, 의원 세비 중위소득 수준 삭감 등은 민심의 소구력을 얻을 수 있는 소재들이다. 여야는 선거 때마다 특권 폐지 공약을 앞다퉈 내놓고 뭉개버렸다. 한 대표가 이런 아젠다들을 폭풍처럼 몰아친다면 불체포 특권 포기를 공언해놓고 자신의 사법리스크 앞에서 헌신짝처럼 내던진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도 차별화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 활성화를 위한 입법 뒷받침에도 충실해야 한다. 총선 참패 이후 국민의힘은 여당 기능을 상실하다시피 했다. 종합부동산세 폐지·완화론에 불을 붙인 것은 민주당이다. 의원회관 벽에 붙은 토론회 알림은 온통 야당 주최다. 거야의 입법 폭주 탓만 할 게 아니라 경제 활력 법안들 처리를 주도하고, 그 필요성을 호소하는 모습이 민심에 다가서는 길이다. 그런 점에서 한 대표가 여론조사 역할에만 머무는 여의도연구원을 싱크탱크 본연의 기능인 정책에 집중토록 하겠다는 것은 바람직하다.
당 운영 변화 공언이 논공행상 인사여선 안 된다. 내 것만 지키는 배제의 정치로는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없다. 여권은 주도권 경쟁으로 당력을 소모할 상황이 아니다. 뿌리 깊은 웰빙 타파도 과제다. 육박전을 벌이라는 게 아니다. 자세의 문제다. 필리버스터가 진행되던 국회 본회의장에서 방송법 찬성 토론을 하던 야당 의원이 욕설과 조롱으로 자극할 때 여당 의석은 텅 비었다.
필리버스터를 주도했으면 3교대든 4교대든 눈을 부릅뜨고 자리를 지키는 결기를 보여줬어야 한다. 이렇게 무사안일이니 야당 의원이 마음껏 비웃고, “필리버스터를 제기해놓고 단 한 분도 안 계신 건 매우 유감”이라는 국회의장의 핀잔을 듣는 것이다. ‘한딸’ 이름이 붙은 팬덤 관리도 중요하다. 팬덤은 지지자를 결속해 스타정치인으로 키우는 자산이 되지만, ‘개딸’과 같이 그들만의 아성에 갇혀 배타적 조리돌림하는 식이 되면 오히려 마이너스다.
한 대표의 최대 과제는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이다. 여당 대표는 참 어려운 자리다. 용산과 관계가 순탄하면 야당은 방탄 노릇 한다는 비난을 쏟아낼 테고, 자기 목소리를 내면 언론도 사소한 말꼬리 하나 잡아내 갈등을 부각시킬 것이다. 윤 대통령 임기가 2년9개월 남았고, 여전히 살아있는 권력이란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이런 현실을 도외시한 채 사안마다 지지 않고 곧바로 받아치는 식으로는 안 된다.
더욱이 야당은 대통령 탄핵을 제도적으로 밟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대통령실과 민심의 조정자 역할을 포기하란 것은 아니다. 긴장과 협력의 조화가 관건이다. “윤석열 정부를 성공한 정부로 만드는 동일한 목표를 갖고 있다”면 갈등을 내화하고, 전략적 상생으로 가야 한다. 윤 대통령도 여당 대표를 국정 동반자로 존중해야 함은 물론이다. 내전은 집권 후반기 심각한 국정 혼란과 여권 공멸을 부르고, 보수 정체성과 나라를 위해서도 불행이다.
당장 한 대표가 주장한 ‘채 상병 특검 3자 추천’이 휴화산이다. 민주적 토론을 거치겠다고 했지만, 당내 반대 여론을 뚫기 쉽지 않을 것이다. 토론은 치열하되 결론은 질서가 있어야 한다. 반대가 많을 땐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유연함도 필요하다. 정치 리더십은 상명하복이 몸에 밴 검찰 리더십과는 차원이 다르다. 다방면에서 난다 긴다 하고, 개성이 강한 사람들을 다뤄야 하는 복합적 고차방정식이다. 보다 긴 호흡을 갖고 숲도 볼 수 있어야 한다.
거야에 맞서려면 민심 말고 기댈 곳이 없다. 총선 때 국민의힘이 얻은 만만찮은 득표율(지역구 45.1%)은 동력으로 삼을 만하다. 공약으로 내건 의원 특권 타파 등 정치 개혁의 힘 있는 추진이 돌파구가 될 수 있다.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 금고형 이상 확정 시 재판 기간 세비 반납, 당 귀책 사유로 치러진 보궐선거 무공천, 국회의원 정수 감축, 의원 세비 중위소득 수준 삭감 등은 민심의 소구력을 얻을 수 있는 소재들이다. 여야는 선거 때마다 특권 폐지 공약을 앞다퉈 내놓고 뭉개버렸다. 한 대표가 이런 아젠다들을 폭풍처럼 몰아친다면 불체포 특권 포기를 공언해놓고 자신의 사법리스크 앞에서 헌신짝처럼 내던진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도 차별화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 활성화를 위한 입법 뒷받침에도 충실해야 한다. 총선 참패 이후 국민의힘은 여당 기능을 상실하다시피 했다. 종합부동산세 폐지·완화론에 불을 붙인 것은 민주당이다. 의원회관 벽에 붙은 토론회 알림은 온통 야당 주최다. 거야의 입법 폭주 탓만 할 게 아니라 경제 활력 법안들 처리를 주도하고, 그 필요성을 호소하는 모습이 민심에 다가서는 길이다. 그런 점에서 한 대표가 여론조사 역할에만 머무는 여의도연구원을 싱크탱크 본연의 기능인 정책에 집중토록 하겠다는 것은 바람직하다.
당 운영 변화 공언이 논공행상 인사여선 안 된다. 내 것만 지키는 배제의 정치로는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없다. 여권은 주도권 경쟁으로 당력을 소모할 상황이 아니다. 뿌리 깊은 웰빙 타파도 과제다. 육박전을 벌이라는 게 아니다. 자세의 문제다. 필리버스터가 진행되던 국회 본회의장에서 방송법 찬성 토론을 하던 야당 의원이 욕설과 조롱으로 자극할 때 여당 의석은 텅 비었다.
필리버스터를 주도했으면 3교대든 4교대든 눈을 부릅뜨고 자리를 지키는 결기를 보여줬어야 한다. 이렇게 무사안일이니 야당 의원이 마음껏 비웃고, “필리버스터를 제기해놓고 단 한 분도 안 계신 건 매우 유감”이라는 국회의장의 핀잔을 듣는 것이다. ‘한딸’ 이름이 붙은 팬덤 관리도 중요하다. 팬덤은 지지자를 결속해 스타정치인으로 키우는 자산이 되지만, ‘개딸’과 같이 그들만의 아성에 갇혀 배타적 조리돌림하는 식이 되면 오히려 마이너스다.
한 대표의 최대 과제는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이다. 여당 대표는 참 어려운 자리다. 용산과 관계가 순탄하면 야당은 방탄 노릇 한다는 비난을 쏟아낼 테고, 자기 목소리를 내면 언론도 사소한 말꼬리 하나 잡아내 갈등을 부각시킬 것이다. 윤 대통령 임기가 2년9개월 남았고, 여전히 살아있는 권력이란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이런 현실을 도외시한 채 사안마다 지지 않고 곧바로 받아치는 식으로는 안 된다.
더욱이 야당은 대통령 탄핵을 제도적으로 밟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대통령실과 민심의 조정자 역할을 포기하란 것은 아니다. 긴장과 협력의 조화가 관건이다. “윤석열 정부를 성공한 정부로 만드는 동일한 목표를 갖고 있다”면 갈등을 내화하고, 전략적 상생으로 가야 한다. 윤 대통령도 여당 대표를 국정 동반자로 존중해야 함은 물론이다. 내전은 집권 후반기 심각한 국정 혼란과 여권 공멸을 부르고, 보수 정체성과 나라를 위해서도 불행이다.
당장 한 대표가 주장한 ‘채 상병 특검 3자 추천’이 휴화산이다. 민주적 토론을 거치겠다고 했지만, 당내 반대 여론을 뚫기 쉽지 않을 것이다. 토론은 치열하되 결론은 질서가 있어야 한다. 반대가 많을 땐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유연함도 필요하다. 정치 리더십은 상명하복이 몸에 밴 검찰 리더십과는 차원이 다르다. 다방면에서 난다 긴다 하고, 개성이 강한 사람들을 다뤄야 하는 복합적 고차방정식이다. 보다 긴 호흡을 갖고 숲도 볼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