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주림, Rush 1-1, 2019, 116.6x91. /컨텐츠로드 제공
최주림, Rush 1-1, 2019, 116.6x91. /컨텐츠로드 제공
현대미술에 큰 관심이 없더라도 ‘팝아트 황제’ 앤디 워홀(Andy Warhol)의 이름은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적 있다. 즐겨 먹던 흔한 캠벨수프 통조림을 반복해 그린 그림으로 대중문화와 고급미술의 경계를 허문 20세기 가장 유명한 예술가 중 하나란 점에서다. 그리고 그의 남다른 미적 감각을 특유의 자폐적 성향이 만들었다는 것도 이젠 알만한 사람들은 아는 얘기다.

최근 예술계에선 앤디 워홀을 기점으로 ‘자폐 스펙트럼 장애(오티즘)’ 예술인을 주목하고 있다. 패턴을 분석해 체계화하는 통찰력, 흐트러지지 않는 집중력 등의 특징이 예술적 성과로 이어지고 있어서다. 국내에서도 서울 관훈동 인사센트럴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팝아트 전시 ‘아메리칸 팝아트 거장전’이 오티즘 예술가들을 함께 조명해 눈길을 끌고 있다.

앤디 워홀을 비롯해 제임스 로젠퀴스트 등 거장 8인의 작품 180여 점과 국내 작가 12인의 작품 70여 점을 선보이는 동시에 전시장 내 264㎡(약 80평)의 공간을 별도로 마련, 오티즘 작가 13인의 작품 31점도 전시한 ‘한국 오티즘 작가 초대전’을 함께 연 것이다. ‘대한민국 장애인 미술대전’ 등에서 수상한 김경두, 황성제, 윤진석, 심승보 등의 작가들이 참여했는데, 국내에서 오티즘 작가의 작품이 장기간 대형 상업전시와 걸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티즘 작가들의 작품들은 장애인 인식 개선 교육 효과도 내고 있다. 전시를 찾은 청소년들이 오티즘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하면서 장애와 비장애 경계를 허물고 자연스럽게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다. 전시 주최측은 “서울시 교육청도 전시 취지에 공감해 서울 소재 초·중·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에게 여름방학 특별 전시로 소개했다”며 “학교 가정통신문이나 e-알리미를 지참한 학생에게 50% 할인과 워크북을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시는 9월 18일까지.

유승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