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일 비용 대폭 줄인 美…"전략비축유 빠르게 늘려야" [오늘의 유가]
국제 유가가 이틀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 중 하나인 미국에서 공급 증가가 예상되면서다. 다만 미국 행정부가 전략비축유를 대폭 늘리기 위해 해외 판매 중단 등을 시사한 것은 수요 증가 요인으로서 유가에 상방 압력을 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근월물인 9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1.35달러(1.75%) 하락한 배럴당 75.8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9월 인도분 가격은 전장 대비 1.35달러(1.66%) 밀린 배럴당 79.78달러에 마감했다.
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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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에 미사일 공격을 감행하면서 중동발 지정학적 긴장이 다시 불거졌으나, 원유 시장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헤즈볼라는 이번 공격의 배후가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지만, 이스라엘 측은 헤즈볼라를 배후로 지목하며 보복을 예고했다. 이스라엘은 특히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를 폭격하는 방안을 포함해 전면적인 보복 가능성까지 검토하는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동의 군사적 긴장은 통상 유가에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중동발 갈등에도 불구하고 이날 유가는 오히려 2% 가까이 하락하며 다른 요소에 더 반응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Fx프로의 알렉스 쿠프시케비치 선임 시장 분석가는 "원유 시장은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도 오르지 않고 있다"며 "지난주에는 미국 원유 재고가 감소했다는 소식도 유가를 끌어올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원유 시장은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의 경기 둔화 흐름을 계속 경계하고 있다. 중국의 6월 원유 수입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10.7%나 감소했다. 정제유 수입 규모는 같은 기간 32% 급감했다. 지난주 중국인민은행(PBOC)이 주요 정책금리를 깜짝 인하한 것도 중국 경기에 대한 원유 시장의 불안감을 더 자극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셰일 비용 대폭 줄인 美…"전략비축유 빠르게 늘려야" [오늘의 유가]
공급 측면 요인도 있다. 이날 우드매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셰일 유전에서 새로운 유정을 시추하고 수압 파쇄하는 비용이 올해 약 1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우드매킨지는 "해당 비용은 내년에 추가로 1% 더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유전 서비스 계약자들의 마진 방어를 위해 추가적인 비용 절감은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용 감소로 향후 원유 생산량 증가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반면 향후 시장에서 원유 수요를 자극할 것으로 전망되는 소식도 나왔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전략비축유 재고를 쌓기 위해 더 많은 자금을 할당할 것이란 소식이다. 데이비드 터크 미 에너지부 차관은 블룸버그통신에 "현재 전략비축유 구매 계정에 약 1500만 배럴을 사들일 수 있는 12억 달러밖에 남아 있지 않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회와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의회에 전략비축유 판매를 취소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