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단(단장 겸 예술감독 박정희)의 여름이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우수 공연들의 향연으로 채워진다. 오는 8월 국립극단은 민간 극단과 상생하고 더 많은 관객들에게 뛰어난 작품의 관람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2024 기획초청 Pick크닉'을 첫 선보인다. 이번 여름을 시작으로 앞으로 3년간 여름, 겨울 시즌 동안 이어질 '기획초청 Pick크닉'은 국립극단이 고심해 직접 고른 작품들을 관객 앞에 즐거운 소풍처럼 펼쳐 보인다는 의미를 담았다.

창작되는 작품 수 대비 기존 작품의 유통경로가 다양하게 마련되지 않거나 유통의 범위가 충분히 확보되지 못하면 국내 공연 업계의 성장과 세계화를 견인할 대표작의 탄생을 꿈꾸기 어렵다. 유통망이 미진하면 우수한 창작신작이 탄생해도 레퍼토리로 자리 잡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관객을 만나기 힘들기 때문이다. 국립극단은 이를 개선하고자 기획초청과 민간교류 사업을 꾸준히 시도해 왔으며 새로이 선보이는 '기획초청 Pick크닉' 역시 한국을 대표할 공연의 지속성과 연극 장르의 지평 확장을 목적으로 추진됐다.

'기획초청 Pick크닉'은 민간극단에 공연 제작비를 지원하고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의 공연장 제반 시설과 무대 사용을 제공한다. 국립의 역할로서 한국을 대표할 공연 레퍼토리의 성장을 돕고 연극계를 비롯해 민간 공연계, 문화예술계와 호흡을 같이한다는 의의다.
[2024 기획초청 Pick크닉] 음악극 <통속소설이 머 어때서?!> 포스터
[2024 기획초청 Pick크닉] 음악극 <통속소설이 머 어때서?!> 포스터
'기획초청 Pick크닉'의 첫 시작으로는 음악극 <통속소설이 머 어때서?!>, <배소고지 이야기; 기억의 연못>, 이자람 판소리 <노인과 바다>가 선정됐다. 세 작품은 대중소설, 구술문학, 판소리에 근간을 두고 우리말의 번뜩이는 재치와 정다운 솜씨가 돋보이는 뛰어난 재질을 가지고 있다. 또한 시대에 맞서거나 시대를 품고 살아온 굳세고 진심 어린 한 편의 인간 서사로 시간을 건너와 극장을 찾은 오늘날의 관객들에게 삶의 용기와 위로를 전할 예정이다.

“일제강점기를 강타했던 막장 드라마”
음악극 <통속소설이 머 어때서?!>


'2024 기획초청 Pick크닉' 중 가장 먼저 무대에 오르는 작품은 음악극 <통속소설이 머 어때서?!>(김말봉 원작, 정안나 연출)다. 8월 18일부터 25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만날 수 있는 이 작품은 지난해 공연 당시 대학로에 ‘통속마니아’, ‘통속인’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키며 소위 ‘통속붐’의 열광적인 팬덤을 만들어냈다. 그해 한국연극 베스트 7, 공연과 이론 올해의 작품상, 한국여성연극협회 올빛상 연출부문 등을 수상하며 선풍적 인기에 비하는 작품성 역시 인정받았다.

음악극 <통속소설이 머 어때서?!>는 1930년대 스스로를 ‘통속소설 작가’로 칭하며 대중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은 소설가 김말봉의 생애와 그의 소설 <고행>, <찔레꽃>, <화려한 지옥>을 만담 형식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남성 중심의 근현대 문화예술사에서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일궈낸 여류작가 김말봉을 최초로 조명하며, “대중을 위한 작품이 살아있는 작품”이라는 원작자의 예술관에서 비롯해 1930년대 대중문화를 적극 활용해 보여준다.
음악극 <통속소설이 머 어때서?!> / 사진제공. 서울연극협회, 양동민 작가
음악극 <통속소설이 머 어때서?!> / 사진제공. 서울연극협회, 양동민 작가
특히 예술의 황금기로 일컬어지는 1930년대의 동요, 만요(코믹송), 신민요, 가요 등을 작품 곳곳에 배치해 개화기의 낭만적인 시간 여행으로 관객을 이끈다. 국악을 재해석한 퓨전 밴드 더튠의 라이브도 함께해 극의 활기를 더한다. 옴니버스로 김말봉의 대표작 세 편을 이어가는 연출적 기지도 뛰어나다. 1930년대의 무성영화의 변사이자 언어유희가 전문인 만담가로서 김말봉과 그의 대표작을 소개하는 해설자들을 등장시켜 세 편의 이야기 흐름에 자연스러움을 더한다. 만담꾼 변사 두 사람이 주고받는 찰떡같은 호흡의 티키타카도 극의 또 하나의 볼거리다.

극단 수수파보리의 정안나 대표가 김말봉의 생애와 대표작을 중심으로 대본을 재창작하고 연출했다. 2022년 이해랑연극상을 수상한 남명렬을 비롯해 김영선, 김정우, 이한희, 신정은, 이진철, 김하진, 안병찬, 임윤호, 이태희, 김단경 배우가 코믹하면서도 애처로운 질감의 연기로 열연을 펼친다. 8월 18일 공연 종료 후에는 드라마터그 배선애의 사회로 김말봉 전문 연구자인 국문학자 진선영, 연출 정안나, 배우 이태희와 김단경이 참석하는 예술가와의 대화를 진행한다.

국립극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