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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고양에선 서울 경계를 따라 여러 주택 개발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3기 신도시인 창릉지구를 비롯해 덕은·삼송·향동·지축지구 등이 들어서 있다. 가장 관심을 끄는 곳은 덕은지구다. 강변북로를 타면 바로 서울에 진입할 수 있다. 단지명에 ‘DMC’가 붙은 이 지역 아파트의 전용면적 84㎡ 실거래가는 11억원을 넘는다. 삼송과 지축 등은 수도권지하철 3호선을 이용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장항지구는 이 지구들에 비해 서울과 물리적 거리는 더 멀다. 하지만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바람을 타고 장항지구가 최근 분양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반도건설이 선보인 ‘고양 장항 카이브 유보라’가 일반청약에서 1만명 넘게 몰리며 좋은 성적을 거뒀다. 금호건설이 이보다 1억원 저렴한 가격에 분양을 준비하고 있어 수요자 관심이 몰리고 있다.
CJ라이브시티 백지화 ‘악재’
장항지구는 일산동구 장항동과 일산서구 대화동 일대 156만2000㎡ 부지에 총 1만1857가구가 들어서는 ‘미니 신도시’다. 2019년 착공해 올해 3월 첫 입주를 시작했다. 근처에 여러 개발 호재가 있어 한때 부동산 시장의 관심이 집중됐던 곳이다. 인근에서 고양방송영상밸리, 한류월드, 일산테크노밸리, 킨텍스 3전시장 등 사업이 추진됐기 때문이다. 장항지구가 ‘K-컬처밸리’로 탈바꿈할 것이란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CJ라이브시티 사업이 최근 백지화됐다. 실내 2만명, 야외 4만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국내 최대 공연장과 상업·숙박·업무·관광시설을 짓는 프로젝트였다. 사업계획 변경 등 각종 이유로 완공(당초 2020년 12월 예정)이 늦어졌다. 지체보상금 등을 둘러싸고 경기도와 CJ 측이 이견을 보이며, 결국 경기도가 계약 해지를 결정했다. 경기도는 공영개발로 전환한다는 방침이지만, 개발 열기가 확 꺾였다는 점은 틀림없어 보인다.지역에선 첫 삽을 뜬 고양방송영상밸리와 일산테크노밸리 등 프로젝트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산테크노밸리의 경우 최근 바이오 특화단지 유치에 실패하기도 했다. 초기 택지지구 모습이 늘 그렇듯, 장항지구는 아직 기반 인프라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이다. A4블록(쌍용더플래티넘장항)과 A5블록(일산라이브더센텀)은 지난 3월 준공됐는데도 그렇다. 도로와 버스, 상업시설 등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해 아직 ‘외딴섬’ 느낌이 들 정도다.
‘GTX 효과’에 분양 성적 좋아
하지만 장항지구의 분양 성적은 나쁘지 않은 편이다. 작년 12월 분양한 ‘고양 장항 제일풍경채’(1184가구)는 1순위 청약에서 600가구 모집에 4812명이 몰리며 8대1의 평균 경쟁률을 기록했다. 단기간 ‘완판’(100% 계약)에 성공했다. 이달 청약을 받은 ‘고양 장항 카이브 유보라’(1694가구)의 1순위 평균 경쟁률도 7.9대 1에 달했다. 전용 84㎡ 분양가가 최고가 기준 7억8500만원으로 제일풍경채(7억3100만원)보다 5000만원 비쌌지만, 흥행을 이뤘다. 업계에선 먼저 GTX 효과를 꼽는다. GTX-A 킨텍스역이 올해 12월 문을 열 예정이다. 장항지구는 킨텍스역과 인접해 있다. 걸어서 이용하기엔 다소 멀 수 있지만, 최근 분양한 단지들이 입주하는 2026~2028년엔 연계 교통망이 이미 잘 갖춰질 전망이다. GTX-A의 경우 운정~서울역 구간이 올해 하반기 개통하고, 삼성역을 포함한 전 구간 개통은 2028년 예정이다. 입주에 맞춰 강남권 접근성도 대폭 개선되는 셈이다.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CJ라이브시티나 업무지구 개발이 더딘 것이 그렇게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며 “마곡 정도 되는 개발이 아닌 이상 주민 대부분이 서울로 출퇴근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결국 중요한 건 서울 접근성”이라고 설명했다. 일산호수공원, 한강과 가까운 입지도 장점으로 꼽힌다. 현대백화점과 원마운트 등 일산신도시의 기존 상업 인프라를 누리기도 편리하다.
‘장항 아테라’ 5일부터 분양
무엇보다 가격 경쟁력이 돋보인다는 평가다. 대규모 택지개발지구인 장항지구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현재 장항지구의 시세를 살펴볼 직접적 비교군은 마땅치 않다. 다만 킨텍스역 역세권인 ‘킨텍스원시티M2·3’ 전용 84㎡의 지난달 실거래가가 12억~12억9000만원 수준이다. 장항지구는 킨텍스역에서 다소 거리가 있는 만큼 몸값은 더 낮을 전망이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현재 장항지구 전용 84㎡의 가치는 9억~10억원 정도라고 판단한다”며 “분양가를 감안하면 2억원가량의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셈”이라고 했다. 오는 5일부터 청약을 개시하는 ‘고양 장항 아테라’(760가구)의 인기는 더 높을 것이란 게 박 대표의 관측이다. 고양 장항 아테라의 경우 전용 84㎡ 분양가가 최고 6억7629만원으로, 앞서 공급된 카이브 유보라보다 1억원 낮기 때문이다.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금융비용 등 공사비 인상 여파로 분양가가 날이 갈수록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이전보다 단지보다 저렴한 가격에 분양 물량이 나오는 건 흔치 않은 일이라, 고양 장항 아테라에 수만 명의 청약자가 예상된다는 평가다. 게다가 이 단지는 장항지구 마지막 민간 분양 아파트다. 다만 계약금 비율이 20%라, 초기 필요자금은 다소 높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