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 캐릭터IP '무너'  /사진 출처=무너크루 공식 인스타그램
LG유플러스 캐릭터IP '무너' /사진 출처=무너크루 공식 인스타그램
이동통신사들이 MZ(밀레니얼+Z) 세대 가입자를 겨냥해 '귀여움'을 장착하고 나섰다. KT와 LG유플러스는 각각 자체 캐릭터 지식재산권(IP)을 이용한 상품을 출시하는 등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KT는 자체 캐릭터 '라온(Raon)' 굿즈를 활용해 MZ 가입자 수요가 높은 요거트 아이스크림 브랜드 '요아정' 등 프랜차이즈 영업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20·30대 가입자 대상으로 온라인 전용 요금제 '요고'의 캐릭터를 만들고 '요고 키링', '요고' 카카오톡 이모티콘 등을 선착순 무료 배포하는 등 적극적으로 캐릭터 사업을 확대 중이다.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는 KT '요고' 캐릭터 숏폼  /사진=KT 공식 유튜브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는 KT '요고' 캐릭터 숏폼 /사진=KT 공식 유튜브
2018년 처음 선보인 라온은 '즐거움'을 뜻하는 순우리말로 일상의 즐거움을 주고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을 가진 민트색 고양이 캐릭터다. KT는 지속가능경영을 추구하는 친환경 캐릭터라는 라온의 세계관을 활용해 50여종의 지식재산권(IP) 기반 굿즈 제작, 콜라보레이션, 라이선스 계약 등을 통해 사업화하고 있다. 지난해 라온IP를 활용한 대체불가능토큰(NFT)을 1~2차에 걸쳐 6000개 발매했는데 출시 1분 만에 완판됐다.

올 1월에는 온라인 무약정 '요고' 요금제와 함께 통신 요금 캐릭터를 선보였다. 요고는 '나에게 꼭 맞는 바로 이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현재 요고 캐릭터를 내세워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숏폼(짧은영상)의 누적 조회수는 총 1736만건으로 혜리, 걸그룹 아일릿 등을 내세운 영상보다도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KT관계자는 "기업을 홍보하기보다 굿즈 등으로 제작해 일반 소비자가 친근감을 느끼는 방향으로 캐릭터를 활용 중"이라며 "요아정과 같이 젊은 세대에게 인기 있는 브랜드와의 콜라보를 통해 캐릭터 상품을 노출해 통신사 이미지보다 캐릭터 자체로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LG유플러스 '무너' 인스타그램
사진=LG유플러스 '무너' 인스타그램
LG유플러스는 당당한 MZ세대 사회초년생이라는 정체성을 가진 문어 캐릭터 '무너'와 함께 왕년의 슈퍼스타 ‘홀맨’, 동묘의 패셔니스타 ‘아지’로 구성된 '무너크루'를 대표 캐릭터로 내세웠다. 2021년 출시된 무너크루는 올해 세계 최대 규모 캐릭터 IP 전시회 ‘2024 라이선싱 엑스포'와 '캐릭터 라이선싱 페어'에 연달아 참가해 글로벌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 캐릭터 부문에서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무너크루는 귀여운 디자인과 익살스러운 표정을 살려 만든 밈(meme·인터넷 유행어)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큰 사랑을 받으며 현재 약 24만명의 팔로워를 확보했다. 이러한 인기를 바탕으로 지난해 12월 노브랜드와의 1차 협업 제품은 15만개가 출시 두 달 만에 완판됐고 이달 5일 2차 협업을 진행했다.

오프라인 팝업 행사도 인기를 얻었다. 지난해 진행한 서울일러스트페어, 틈 팝업스토어와 올해 3월 열린 여의도 봄꽃축제 무너 팝업스토어에는 방문객 총 50만명이 몰렸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LG유플러스의 캐릭터 사업 매출은 2020년 대비 직접 매출(굿즈 판매) 기준 6.5배 성장, 간접 매출은 IP 로열티를 포함해 10배가량 성장하는 등 다양한 지표에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기업 간 거래(B2B)와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 매출에서도 큰 성과를 보이고 있다. 특히 B2C 매출은 올해 상반기에 이미 지난해 매출 규모를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통신사들의 캐릭터 사업은 MZ세대 가입자를 사로잡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고령의 가입자일수록 기존 통신사를 잘 바꾸려 하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반면 MZ세대 가입자 비중은 20% 초중반이지만 각 이통사 이미지나 혜택 등 여러 조건에 따라 상대적으로 쉽게 갈아타는 편이라 이들을 묶어두려는 포석이다.

양사는 젊은층이 캐릭터 자체 스토리에 열광하고 팬덤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판단해 이를 상품과 연계하면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MZ세대는 기능적 이유 하나만으로 브랜드를 구매하는 경향이 과거에 비해 많이 약하기 때문에 전통적인 통신사 마케팅 경쟁으로는 소비자 마음을 사로잡기 어려운 시장 상황이 확대되고 있다"며 "새로운 접근법의 필요성을 느끼고 캐릭터를 통한 밈, 상품, 팝업, 요금제 등을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SK텔레콤은 별다른 캐릭터 IP 사업을 벌이지 않고 있다. 대신 젊은층을 공략하기 위한 1020세대 컬처 브랜드 '0(Young)'을 통해 0 청년 요금제 등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KT와 LG유플러스도 캐릭터 사업뿐 아니라 각각 청년(만19~34세)을 대상으로 한 맞춤 브랜드 'Y', '유쓰'를 구축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요금제와 다양한 통신 서비스 등을 내놨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