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강, 낙동강, 금강 등 전국 곳곳에 '기후대응댐' 14개를 짓는다. 기후 위기로 인한 극한 홍수와 가뭄에 대비하는 동시에 국가 전략산업인 미래 용수 수요를 뒷받침하는 차원이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9월 국가 주도의 대규모 댐 건설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지 6년 만의 치수 사업 재개다. 2013년 ‘4대강 사업’ 마무리 이후 10년 만에 국가 주도의 대규모 치수 대책이기도 하다.
사진=환경부
사진=환경부
김완섭 환경부 장관은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후대응댐 후보지 14곳을 발표했다. 권역별로 구분하면 한강권역 4곳, 낙동강권역 6곳, 금강권역 1곳, 영산강·섬진강권역 3곳이다. 용도별로 구분하면 다목적댐 3곳, 홍수조절댐 7곳, 용수전용댐 4곳이다.

다목적댐은 한강 권역에선 경기 연천(아미천)와 강원 양구(수입천), 금강 권역에선 충남 청양(지천)에 지어지게 된다.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다목적댐 건설은 2010년 착공된 보현산 다목적댐 이후 14년 만이다.

용수전용 댐 입지는 한강 권역에선 강원 삼척(산기천)과 충북 단양(단양천), 낙동강 권역에선 경북 청도(운문천), 섬진강 권역에선 전남 화순(동복천)이 선정됐다. 홍수조절 댐은 낙동강 권역의 경북 김천(감천), 경북 예천(용두천), 경남 거제(고현천), 경남 의령(가례천), 울산 울주(회야강), 섬진강 권역에선 전남 순천(옥천), 영산강 권역의 전남 강진(병영천)이 꼽혔다.

김 장관은 "지난해 5월부터 유역별로 홍수의 위험성과 물 부족량 등을 평가한 후 국가 차원에서 추진할 필요가 있는 기후대응댐 후보지를 도출했다"고 밝혔다.

‘4대강 사업’을 계기로 환경·지역 단체들이 댐과 보 등을 환경 파괴 주범으로 몰아가면서 국내 치수 대책은 사실상 실종된 상태였다.

이후 기후 변화가 전 세계적으로 심각해졌다. 2020년대 들어서는 한반도에 홍수와 가뭄 등 ‘극한 기상’이 빈번해진 상태다. 최근 3년간 극한 호우로 인한 피해액은 1조 6000억원이 넘고, 인명 피해는 85명에 달했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와 같이 극한 호우에 따른 막대한 피해도 매년 잇따랐다.

올해도 경기 파주, 충남 부여, 전북 익산 등에서는 7월 한 달 강수량이 연 강수량의 절반을 초과했다. 특히 전북 익산은 500년 빈도 이상의 강우로 큰 피해가 발생하는 등 전국 15개 시·군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된 바 있다. 환경부는 "2022년 태풍 힌남노로 많은 피해를 입은 경북 포항 냉천 유역도 상류에 항사댐이 미리 건설됐더라면 그 피해를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가뭄 피해도 심각했다. '물그릇'이 작아지면서다. 2022년 남부 지방에는 기상 관측 이래 가장 긴 227일 동안의 가뭄이 발생하면서 생활 용수 부족과 함께 국가산단의 공장 가동이 중단될 위기에 처한 바 있다.

환경부는 문재인 정부 당시 금강과 영산강 보 개방·해체 결정이 무리하게 이뤄졌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 발표를 계기로 댐을 신설하고 하천을 준설하는 등 치수 대책을 마련해 추진해 왔다. 환경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6월 이후 17개 지방자치단체에서 21곳에 댐을 신설해달라고 신청한 바 있다.

이번 댐 건설 재개 정부의 치수 패러다임도 바뀔 전망이다. 국가 전략산업의 미래 용수 수요를 뒷받침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기후 대응댐이 건설될 경우 댐별로 한 번에 80~220mm의 비가 오더라도 이를 수용할 수 있는 '홍수 방어 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또 댐 건설로 새롭게 공급되는 물은 연간 2.5억톤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약 220만명 시민이 사용할 수 있는 물량이다. 이를 활용하면 극한 가뭄과 국가 전략사업 등 새로운 물 수요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오는 8월부터 지역 설명회, 공청회 등을 통해 지역 주민 등의 우려 사항을 해소한다는 방침이다. 협의가 마무리되면 기후대응댐 후보지(안)은 수자원의 조사·계획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18조에 따른 하천유역수자원관리계획에 댐 후보지로 반영된다. 이후 댐별로 기본구상, 타당성 조사, 기본계획 수립 등의 후속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다. 그 과정에서 댐 위치, 규모, 용도 등을 최종 확정할 전망이다.

환경부는 이번 기후대응댐 건설로 인해 상수원 규제 추가를 최소화할 방침이다. 수몰로 인한 이주 가구도 최소화한다. 가장 규모가 큰 강원 양구의 수입천 다목적댐은 건립이 된다고 해도 수몰되는 민간 가옥이 없으며, 댐 건설로 인한 상수원 보호구역 등 규제도 없도록 한다. 또 지역 주민 친화적인 댐 건설을 위해 도로, 상·하수도, 수변공원, 캠핑장 등 댐 주변 지역 지원 예산을 대폭 상향할 예정이다.

김완섭 장관은 “댐 건설은 지금 시작해도 10여년 정도가 소요되는 만큼 최근의 기후 위기를 감안할 때, 댐 건설을 더 이상 늦출 여유가 없다”며 “댐이 지역주민의 삶과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도록 도로, 상하수도 등 댐 주변 지역 지원 예산을 대폭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