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국무회의에서 “원전산업지원특별법을 제정하고 원전 생태계 복원과 수출 지원 정책을 더욱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체코 원전 수주전에서 탈원전으로 인한 신뢰도 하락을 극복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음을 밝히며 “원전산업이 정권과 관계없이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일이 매우 시급하다”고도 했다. 지난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정상 궤도로 돌리고 15년 만의 원전 수출이라는 성과까지 일궈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원전은 인공지능(AI) 혁명이 부른 전기 수요 폭증과 탄소중립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발전원이다. 탈원전을 외치던 유럽 주요국도 속속 원전으로 회귀하는 이유다. 우리 원전산업으로서는 회생을 넘어 높이 도약할 다시없는 기회를 맞은 셈이다. 이번 체코 원전 수주로 1000조원 글로벌 원전 시장에 진출할 교두보는 마련했지만 단순히 생태계 복원만으론 부족하다. 대통령 말대로 흔들림 없이 성장을 지속할 수 있으려면 법·제도적 뒷받침이 필수다. 원전산업지원특별법 제정은 물론 지난 3월 민생토론회에서 약속한 ‘원전산업 로드맵’ 마련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국회가 방기하고 있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특별법’도 마찬가지다.

21대 국회에서 여야가 의견이 접근했음에도 결국 처리하지 못했던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을 짓기 위한 법안이 22대 국회에서도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 원전 내 임시 보관되는 사용후핵연료의 포화로 2030년부터 원전이 차례로 셧다운 위기를 맞을 수 있는데 정쟁 법안 처리에 바쁜 거대 야당은 본체만체다. 몇 년이 걸릴지 모르는 부지 선정과 건설 기간을 고려하면 늦어도 너무 늦었다. 이미 후보지 두 곳을 선정하고 심층 조사 중인 일본도 오는 9월부터 사용후핵연료 96t을 아오모리의 중간저장시설로 옮긴다고 한다. 일본은 방폐장 건설 전까지의 대안이라도 마련해 놨다지만 우리는 그야말로 무대책이다. 이대로 가면 원전산업 생태계 붕괴는 물론 초유의 전력 대란이 불가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