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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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베이징올림픽에 출전한 마이클 펠프스(사진)는 ‘아쿠아맨’처럼 온몸을 감싼 전신수영복으로 화제였다. 반면 파리올림픽 남자 선수들의 수영복은 모두 허리에서 무릎까지 길이다. 왜 전신수영복을 입지 않을까. 국제수영연맹(FINA)이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옛날 선수들은 최대한 몸을 노출했다. 남자 수영복은 손바닥만 했다. 그러다가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때 일부 선수가 목부터 무릎까지 내려오는 수영복을 입기 시작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선 선수들이 손, 발, 머리를 제외한 온몸을 덮는 전신수영복을 입었다. 3관왕을 차지한 이언 소프가 대표적이다.

2008년 스피도가 내놓은 전신수영복 ‘LZR 레이서’는 판도를 완전히 뒤집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개발을 도운 이 수영복은 스판덱스 소재에 이음새를 초음파로 용접했다. 마찰 저항은 줄이고 부력은 높였다. 이 수영복을 입은 펠프스는 2008년 올림픽에서 전무후무한 8관왕을 차지했고, 7개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 2008년 올림픽에서 이 수영복을 입은 선수는 25개 세계 신기록 중 23개를 수립했고, 메달의 89%를 획득했다.

선수들이 앞다퉈 첨단 전신수영복을 입은 2009년 로마세계수영선수권대회는 더했다. 43개 세계 신기록이 쏟아졌다. 수영 대회가 기술 경쟁의 장으로 변질했다는 비판에 직면한 FINA는 대회 도중 만장일치로 전신수영복 금지를 결정했다.

현행 규정에 따라 수영복 재질은 직물로 한정된다. 전신수영복을 입고 2009년 세운 몇몇 세계 신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