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 휴전 합의 임박 의미" [오늘의 유가]
국제 유가가 사흘째 하락세를 이어가며 7주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세계 최대 원유 소비국인 중국의 수요가 약화하고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증산 계획 유지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3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9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1.08달러(1.42%) 하락한 배럴당 74.7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9월물 가격은 전장 대비 1.15달러(1.44%) 내린 배럴당 78.63달러에 마감했다. 두 유종 모두 6월 5일 이후 최저 마감가를 기록했다.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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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참가자들은 작년 10월 이후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휴전 합의 가능성에 대해 주목했다. 이는 원유 가격의 지정학적 위험 프리미엄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레바논의 친이란 이슬람 무장세력 헤즈볼라의 지휘관을 노려 베이루트 남부 외곽 주거지역을 공습했다.

일부 분석가들은 "헤즈볼라 지휘관을 정밀 타격하겠다는 이스라엘의 신중한 대응이 가자지구에 대한 협상이 가까워졌음을 시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즈호증권의 밥 야거 에너지 선물 이사는 메모에서 "중동 내 휴전 합의가 시장에서 배럴당 4~7달러의 위험 프리미엄을 제거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은 중동발 공급 우려보다는 중국의 수요 감소를 더 큰 악재로 보는 분위기다. 로이터통신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국의 제조업 활동이 7월에도 세 달 연속 축소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지도자들은 경제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난 15∼18일 열린 중국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20기 3중전회)에서는 기존 목표를 대체로 반복했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이러한 당국 조치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원유 중개업체 PVM의 타마스 바르가 분석가는 "거시경제적 우려가 투자 심리를 좌우하고 있다"며 "유가는 뜨거운 칼이 버터를 자르듯이 기술적 지지선을 뚫고 내려갔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경제적 혼란은 여전히 원유 시장의 주요 가격 변동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 휴전 합의 임박 의미" [오늘의 유가]
ING의 워런 패터슨 상품 전략가는 "중국은 전 세계 원유 시장의 균형 측면에서 중요하다"며 "중국은 올해 전 세계 원유 수요 성장의 5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됐으나 예상보다 경제 성장세가 느려진 만큼 균형은 극적으로 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공급량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OPEC+의 주요 장관들은 내달 1일에 회의를 열어 10월부터 감산 일부 해제를 시행하는 계획 등에 대해 논의한다.

한편 미국은 대통령선거 결과를 두고 논란을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대해 새로운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 ANZ 분석가들은 메모에서 "베네수엘라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의 최근 선거 승리는 더 엄격한 미국 제재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글로벌 공급에 역풍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시나리오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의 원유 수출에서 하루 10만~12만 배럴의 감소가 있을 수 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