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대 높던 日의 변신…"현대차 전략 배우자"
장재훈 현대자동차 사장(사진)이 10월 일본에서 열리는 ‘세계 경영자 회의’에 대표 연사로 강단에 선다. 세계 1위 자동차 메이커가 버티고 있는 ‘도요타의 나라’에서 열리는 포럼에 현대차 사장이 연사로 나서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현대차의 글로벌 위상이 높아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최근 회원들을 대상으로 공지한 ‘26회 세계 경영자 회의’의 주요 연사에 장 사장이 포함됐다. ‘시대의 흐름을 포착하고 변화를 주도하는 리더십’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포럼은 10월 28~29일 도쿄에서 열린다. 장 사장과 함께 세계 최대 사모펀드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의 헨리 크라비스 공동창업자(회장)와 쓰사카 미키 일본 마이크로소프트(MS) 사장, 오사키 마사타카 엔비디아 부사장 등이 연사로 나선다.

닛케이와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이 공동 주최하는 세계 경영자 회의는 글로벌 기업 리더들이 모여 기업 전략 등을 논의하는 자리다. 국내에선 최태원 SK그룹 회장(2018년)과 김현석 전 삼성전자 사장(2021년)이 연설했다. 장 사장은 현대차의 미래 모빌리티 전략을 설명할 계획이다.

재계에선 현대차 사장이 초청된 배경으로 최근 몇 년간 급격하게 높아진 현대차그룹의 위상을 꼽는다. 현대차그룹은 2022년 도요타와 폭스바겐그룹에 이어 글로벌 3위(판매량 기준)에 오른 뒤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올 2분기에도 사상 최대 매출(72조5885억원·합산 기준)과 영업이익(7조9228억원)을 올리는 등 순항하고 있다. 전기차 등 미래차 분야에선 도요타를 능가하는 실적을 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산업에 대한 자부심이 큰 일본이 현대차의 미래 모빌리티 전략을 듣기 위해 장 사장을 초청한 건 매우 이례적”이라며 “그만큼 현대차의 성과를 높이 평가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장 사장은 일본 방문 기간에 현지 시장도 점검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2009년 판매 부진으로 철수한 일본 시장에 2022년 재진출했다. 현재 넥쏘 수소전기차와 아이오닉5N 등 친환경 차를 판매하고 있다. 장 사장이 최근 140여 개 기업이 가입한 세계 최대 수소협의체인 ‘수소위원회’ 공동 의장에 선임된 만큼 도요타 등과 수소 생태계 구축과 관련한 협력 방안을 논의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신정은 기자/도쿄=김일규 특파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