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마다예가 훈련하는 모습. 마다예 인스타그램 캡처
이스라엘 마다예가 훈련하는 모습. 마다예 인스타그램 캡처
본업은 전기기술자. 그래도 올림픽과 양궁에 대한 꿈은 접을 수 없었다. 꿈의 무대 올림픽 본선에서 1점을 쏘긴 했지만, 세계 최강자와 나란히 서서 끝까지 경기를 완주한 아프리카 궁사에게 스포츠 팬들의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30일(현지시간) 2024 파리올림픽 남자 양궁 개인전 64강에서 김우진(32)과 맞붙었던 차드의 이스라엘 마다예(36)가 주인공이다.

이날 경기에서 마다예는 김우진에게 6-0(29-26 29-15 30-25)으로 패했다. 예견된 결과였다. 김우진은 3세트 총 9발의 화살 중 단 두발만 9점을 쏘고 나머지는 모두 10점을 쏘는 완벽한 경기를 펼쳤다.

화제의 장면은 이날 마다예의 2세트 세번째 화살이었다. 마다예가 쏜 화살이 중계화면에서 사라진 것. 카메라가 줌 아웃을 하고서야 1점 과녁에 꽂혀있는 화살이 발견됐다. 올림픽 본선에는 검증을 거친 선수들만 나오기에 1점이 나오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래도 마다예는 3세트에서 8점 9점 8점을 쏘며 준수하게 경기를 마무리했다.

이례적인 점수에 마다예의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차드의 국가대표인 그는 이번이 첫 올림픽 본선 무대다. 어린시절 축구를 좋아했지만 19살에 양궁을 시작한 뒤 매력에 흠뻑 빠졌다. 이후 양궁에만 몰두했고, 올림픽 출전은 그의 꿈이 됐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도전했지만 본선무대에는 서지 못했다. 실력을 키우기 위해 본업인 전기기술자도 잠시 접을 정도로 양궁 훈련에 집중했다.

2019년 아프리칸 게임을 거쳐 2020 도쿄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극적으로 꿈의 무대에 서게 됐지만 코로나19로 대회가 1년 미뤄지면서 결국 본선에 나서지 못했다.

세번째 도전만에 선 올림픽 본선에 선 그는 가슴 보호대도 없이 경기에 나섰다. 그는 차드가 파견한 단 세명의 국가대표 중 하나다. 김우진과의 64강에서 압도적인 실력차이를 보였지만 그는 한발 한발 최선을 다해 쏘면서 올림픽 정신을 보여줬다.

마다예는 2020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의 인터뷰에서 "전쟁과 소요 속에 있는 가난한 조국에 희망을 안겨주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우리 나라의 젊은이들에게 몰두할 수 있는 스포츠가 있으면 이렇게 된다는 희망을 주고 싶다. 스포츠는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다"고 강조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