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올림픽 개회식 공연 중 프랑스 배우 필리프 카테린느가 술과 욕망의 신 디오니소스를 연기하고 있다 그 뒤 바바라 부치(빨간원)의 모습이 보인다./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파리올림픽 개회식 공연 중 프랑스 배우 필리프 카테린느가 술과 욕망의 신 디오니소스를 연기하고 있다 그 뒤 바바라 부치(빨간원)의 모습이 보인다./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최후의 만찬'을 패러디한 2024 파리올림픽 개막식 공연이 종교 모독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공연에 참여한 활동가가 법적 대응에 나섰다. 공연 이후 자신을 향한 악성 댓글, 메시지가 빗발쳤고,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3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논란의 영상에 출연한 DJ이자 성소수자 활동가가 자신을 향한 사이버 괴롭힘과 명예훼손에 대해 법적 대응에 나섰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바버라 부치의 변호인은 이날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에서 "부치가 개막 공연 이후 살해, 고문, 성폭행 위협을 받았으며 반유대주의자, 동성애 혐오자, 성차별주의자로부터 모욕의 표적이 됐다"고 밝혔다.

이 변호인은 부치가 사이버 괴롭힘과 명예훼손에 대한 정식 경찰 수사를 요구하는 여러 건의 고소장을 제출했다면서 국적과 관계없이 부치를 위협하려는 사람들에게 법적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호인과 별도로 부치도 인스타그램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그는 "파리올림픽 개막식 공연에 참여한 것은 큰 영광이었다"며 "음악과 퍼포먼스를 통해 내 나라(프랑스)의 다양성을 표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공연 이후) 나는 사이버 폭력의 타깃이 되었다"면서도 "다들 뭐라고 말하든 간에 나는 내 정체성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예술적인 선택을 포함해 모든 것에 자신이 책임을 지겠다. 평생 희생자가 되길 거부해왔으며 입을 다물지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살해 위협도 받았다고 토로했다.

앞서 부치는 '축제'(Festivity)란 제목이 붙은 장면에 출연했다. 공연 감독은 올림포스산에서 그리스 신들의 잔치를 상징한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이 장면에는 디오니소스를 연기를 필리프 카트린느과 포세이돈과 아르테미스, 비너스 등 올림픽의 신과 여신을 대표하는 드래그퀸(여장 남자)들도 등장한다.

그러나 이 공연은 논란에 휩싸였다. 일부 기독교인들과 미국 보수주의자들을 포함한 비평가들이 이 장면을 예수가 그의 사도들과 가진 마지막 식사를 묘사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조롱하는 것으로 해석하면서다.

일각에서는 프랑스가 가진 풍자적 전통을 강조하려는 의도였겠지만 종교적 감수성을 지나치게 무시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에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29일 "만약 사람들이 불쾌감을 느꼈다면, 당연히 유감스럽다"는 말로 사과했다.

다만 조직위는 "공동체의 '톨레랑스'(관용) 정신을 기념하기 위한 것으로 어떤 종교계든 무시하려는 의도는 결코 없었다"며 "이 의도가 잘 드러났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