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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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키르기스스탄으로 보내진 한국 중고차는 5970대에 달했다. 2021년 한 달 평균 377대였던 것이 3년 만에 16배 폭증한 것이다. 카자흐스탄도 비슷하다. 6월 1447대가 수출됐다. 2021년(335대)의 4배 규모다. 6월 타지키스탄으로 향한 중고차도 1455대로 3년 전의 2배로 불어났다.

키르기스스탄 韓 중고차, 수출 16배 늘어난 까닭은
31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중앙아시아가 한국 중고차 수출의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키르기스스탄이다. 월평균 판매대수가 2022년 1939대에서 지난해 4251대로 증가했다. 중고차업계에선 중앙아시아로 수출된 중고차 대부분이 러시아로 흘러 들어가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러시아가 미국 중심의 글로벌 경제 제재를 피해 인근 중앙아시아 국가를 우회로로 활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만성적인 자동차 공급난에 시달리고 있다. 현대자동차만 해도 올해 초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1만루블(약 14만원)에 매각했다. 하지만 파이낸셜타임스 등에 따르면 최근 러시아 경제는 방위산업에 대한 정부의 대규모 지출 등에 힘입어 실질임금이 빠르게 오르는 등 예상 밖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

소비자들이 특히 사치품에 아낌없이 돈을 지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현도 한국중고차유통연구소 소장은 “카자흐스탄 등으로 향하는 중고차 한 대당 평균 단가는 2만5000달러”라며 “한국이 지난해 수출한 신차 276만 대의 평균 단가가 2만3300달러인 점을 고려하면 신차보다 비싼 중고차가 중앙아시아를 경유해 러시아로 가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중앙아시아 수출이 증가하면서 한국의 중고차 수출 대수는 2021년 46만7038대(월평균 3만8920대)에서 지난해 63만8723대(월평균 5만3227대)로 36% 늘어났다. 다만 올해 상반기에는 29만963대(월평균 4만8494대)가 팔려나가며 증가세가 주춤하는 모양새다.

리비아와 튀르키예 등 중동으로 향하는 물량이 크게 줄고 있는 것이 수출 전선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중고차 수출 제1의 시장이었던 리비아 수출 물량은 6월 7394대로 지난해 월평균(1만2622대) 대비 크게 감소했다. 튀르키예만 해도 6월 수출 실적이 2581대에 불과했다. 지난해 월평균 수출량 5468대와 비교하면 반 토막 수준이다. 신 소장은 “이집트와 요르단도 지난해와 비교해 수출 물량이 3분의 1에서 절반가량 줄었다”며 “홍해의 후티 반군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중고차 수출입 업자들이 중동으로 향하는 배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