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상배 대표 "커피머신 같은 가정용 진단기기 내놓겠다"
국내 바이오기업이 검체 전처리 기술을 개발해 대형 진단검사 장비를 소형화하는 데 성공했다. 글로벌 기업이 보유한 특허에 영향을 받지 않고 검사 정확도를 높여 보급형 현장진단기기(POCT) 시장을 여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마상배 에이아이바이오틱스 대표(사진)는 31일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는 POCT ‘루킨’을 개발했다”며 “올해 안에 성능 검증을 마무리하고 내년 임상평가를 거쳐 2026년께 출시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커피머신처럼 모든 집에 진단기기를 갖춘 ‘가정용 진단 시대’를 여는 게 목표”라고 했다.

한양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마 대표는 1993년부터 10여 년간 삼성전자 반도체공정 엔지니어로 근무하다가 바이오장비 분야에 발을 들였다. 국내 많은 진단 스타트업이 특정 바이오마커를 활용한 시약 개발에 집중하고 있지만 그는 처음부터 장비 개발에 초점을 맞췄다. 삼성전자 반도체의 황금기를 직접 겪으면서 국산 장비를 개발해 하드웨어 플랫폼을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감염병 등을 파악하는 데 쓰이는 분자진단(PCR)은 병원 등에서 환자 검체를 채취해 실험실로 보낸 뒤 후속 작업을 거쳐야 한다. 유전물질을 추출하고 시약 처리해 PCR 장비에 넣은 뒤 온도를 올렸다 낮췄다 반복하면서 유전물질을 증폭시켜 결과를 얻는다.

마 대표는 이런 실험실 기능을 하나의 장비로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마 대표는 “상용화된 시린지, 롤러, 피스톤 방식과 다른 회전형으로 특허를 확보했다”며 “실험실 기능을 하나의 카트리지에 담아 온도 조건과 시약에 따라 활용도가 넓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했다.

창원파티마병원 소아과장인 마상혁 공동대표가 의학자문을 맡고 있다. 대변으로 결핵을 진단하는 제품부터 상용화하는 게 목표다. 기존 POCT는 결핵 검사에 가래를 활용한다. 가래를 못 뱉는 어린이·고령층 등 인구 30%는 검사가 불가능하다. 김명옥 경상대 교수와 치매 조기진단 제품도 개발하고 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