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7월 29일 오후 12시 24분
'봉이 김선달'로 전락한 1세대 e커머스 선구자
‘인터파크 창립 멤버이자 G마켓 창업자’ ‘창업 5년 만에 국내 온라인 쇼핑몰 1위 등극’ ‘1년 뒤 나스닥시장에 상장해 시가총액 1조원 달성’. 모두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사진)를 수식하는 말이다. 구 대표는 한국 e커머스 시장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2000년대 당시 e커머스 시장에서 독보적 1위이던 옥션을 2위로 무너뜨리고 G마켓 신화를 일궈냈다.

1966년 전남 구례 출생인 구 대표는 서울대 자원공학과를 졸업한 뒤 1991년 미국 석유시추회사인 슈름버거에 입사했다. 1999년 인터파크에 합류하며 e커머스업계에 발을 들였다. 쇼핑몰을 주식시장의 주식 거래처럼 바꾸자는, 이른바 오픈마켓에 관한 논의가 막 시작된 무렵이다. 인터파크 경매사이트 구스닥의 태스크포스(TF) 팀장으로 시작해 1년 뒤 구스닥을 자본금 10억원의 별도 법인으로 출범시킨 후 지금의 G마켓을 만들었다. 2004년 국내 처음으로 오픈마켓 체제를 도입하고, 2007년 전자상거래 업체 최초 연간 거래액 3조원을 달성하며 업계 1위를 거머쥐었다.

G마켓은 모회사인 인터파크보다 매출이 더 커졌고 2006년 미국 나스닥시장에도 상장했다. 구 대표는 2009년 회사를 이베이에 매각했다. 거래금액은 당시 국내 인터넷 기업의 해외 매각 사상 최대인 1조400억원이었다.

구 대표는 매각 조건으로 최대 10년 동안 한국 시장에서 e커머스로 경쟁하지 않는다는 조건에 합의했고 2010년 싱가포르로 건너가 큐텐을 설립했다. 경업금지 기간이 끝난 2019년 큐익스프레스 한국 법인을 세운 뒤 2020년부터 국내 e커머스업계를 다시 제패하겠다는 목표로 공격적인 쇼핑에 나섰다.

e커머스업계 신화와도 같은 인물이지만 단기간 ‘무자본 인수합병(M&A)’으로 공격적으로 외형을 키우면서 M&A업계에선 ‘봉이 김선달’로 보는 시선이 적지 않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강한 추진력이 장점이지만 무리하게 확장을 시도했다”고 분석했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