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3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지명 소감을 밝히고 있다.  /김범준 기자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3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지명 소감을 밝히고 있다. /김범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을 신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이유는 노동개혁 2라운드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분석된다. 노동운동가 출신으로 국회의원(3선)과 경기지사(2선)를 지내며 행정·입법 경험을 두루 경험한 김 후보자를 새 고용부 장관에 기용함으로써 다소 답보 상태에 빠진 윤석열 정부 노동개혁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취임 후 2년간 파업으로 빚어진 근로손실일수가 역대 정부의 37%로 줄어들어 ‘노사 법치주의’가 확립되는 등 윤 정부 노동개혁은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 김 후보자가 풀어야 할 숙제는 산적해 있다. 지난해 ‘주 69시간 근로’ 논란을 일으키며 동력을 잃은 근로시간 개편 문제와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 고령 근로자 계속고용 등이 지지부진해서다. 이런 과제들은 올해 들어 정부 주도로 추진되는 대신 노사정 사회적 대화로 넘어간 만큼 경사노위를 이끌던 김 후보자가 노동개혁 바통을 이어받을 적임자로 낙점된 것으로 분석된다. 사회적 대화는 김 후보자가 2022년 경사노위원장에 취임한 후 이듬해 6월 노정 갈등으로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불참하며 5개월간 파행했다가 작년 11월 한국노총 복귀로 재개됐다.

한 노사 관계 전문가는 “김 후보자가 경사노위에서부터 논의를 이끌어온 계속고용, 근로시간 유연화 문제 등을 장관으로서 어떻게 풀어나갈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날 지명된 후 기자들과 만나 “한국노총을 비롯한 노동계, 한국경영자총협회를 비롯한 사용자 단체, 국회, 노동 관련 학계, 언론계 말씀을 늘 경청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노동개혁의 또 다른 과제인 노동 약자 보호는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라며 “미조직 근로자, 플랫폼, 프리랜서,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등에게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김 후보자는 전국금속노동조합 한일도루코 노조위원장을 맡는 등 1970~1980년대 노동운동계 ‘황태자’로 불렸다. 이후 정치에 뛰어들어 15~17대 국회의원을 거쳐 경기지사를 연임했다. 노동계 출신임에도 노동개혁의 필요성을 설파하는 등 노동계를 향해 거침없이 쓴소리를 날리며 대립각을 세워왔다.

김 후보자 지명을 두고 야당과 노동계 평가는 엇갈렸다. 한국노총은 입장문에서 “김 후보자가 노동계를 정책 파트너로 인정하고 무너진 노정 관계 복원에 나서길 바란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반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윤 정부의 반노동 인사 참사”라고 비판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환경노동위원회 의원들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김 후보자가 장관을 맡는다면 정상적인 노사 관계와 노동 정책을 기대할 수 없다”며 “윤 정부의 인사 참사를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혀 험난한 인사청문회를 예고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