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칼럼] "AI주는 아직 타오르는 불, '살까 말까'보다 '언제 사느냐'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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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후 주식시장은 소의 장이었다. 뿔이 있는 황소가 상대방을 공격할 때 뿔의 궤적이 주가 상승 차트의 모양과 비슷하여 '불 마켓(Bull Market)'이라고 한다. 위로만 가던 주식이 최근 하락 전환하였다. 강세장 지속하에 일시적 조정인지 버블이 붕괴되는 건지 판단할 틈도 없이 장 색깔이 급변했다.
크게 상승한 종목들을 분석하는 데 있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강세장과 버블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다. 과거 주가 움직임을 분석해보면 주식시장에서 어떤 시기가 건강한 경제 성장기였고 어떤 시기가 단순 버블이었는지 해석하는 것은 답이 뻔히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 건강한 경제 성장일지 버블일지를 판단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일반적으로 시장 버블은 강세장에서 시작된다. 투자자들은 인터넷의 보급, 스마트폰의 확산, 주택 시장의 상승 또는 데이터센터에의 투자와 같은 시장의 트렌드를 인식하고, 이는 기업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여긴다. 초기에는, 특히 해당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이 돈을 벌지 못하는 시기에는 이러한 트렌드에 대해 열광하며 주식을 매수하고 주가를 끌어올린다.
그러나 버블구간에 진입하게 되면 주식에 대한 열기가 합리적인 기대에서 비합리적인 열광으로 변하게 된다. 시장은 주가가 상승한 근본적인 이유를 잊고 펀더멘탈 분석에 의존하지 않으며 단지 주가가 오르기 때문에 주식을 매수하기 시작한다. 이후의 상승은 미래 이익 성장에 대한 합리적인 기대가 아니라 놓칠까 두려운 마음(FOMO)에 의해 촉진된다.
제조업과는 달리 기술 산업과 같은 분야는 비합리적인 열광과 이성적인 장기적 사고방식의 차이를 구별하기가 매우 어렵다. AI 기술은 향후 몇십년 동안 상상조차 하기 힘들 정도의 어마어마한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어느 수준의 가격이나 가치 평가에서도 주요 AI 기술주를 매수하는 것을 정당화하기 쉽다. 투자자들의 이런 AI 기술주에 대한 열기가 지수를 사상 최고치로 끌어올렸다. S&P500은 올해 13% 상승했으며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도 22% 올랐다. 특히 엔비디아와 슈퍼마이크로컴퓨터(SMCI)는 2022년 말 이후 시가총액이 약 8배 상승하였다. 가치투자자 입장에서는 매우 불편할 상승폭이다.
S&P500의 현재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는 21배로 10년 평균인 17.9보다 약 17%정도 높은 수치다. 오늘날의 AI 기술 리더들의 예상 성장률과 밸류에이션은 과연 닷컴 버블시기의 기술 대기업들과 비교해보면 어떨까. 닷컴 버블을 대표했던 기업은 마이크로소프트, 시스코시스템즈, 인텔, IBM등이다. 최근의 AI 기술주 메가 기업은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아마존, 메타, 알파벳 등이 손꼽힌다. 매그니피센트 7에서 애플과 테슬라를 제외하고 남은 종목들이다.
오늘날의 AI 기술주들의 평균 2024년 기준 PER는 약 33배 정도다. 33이라는 PER 멀티플이 저렴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성장 주식에 대해 경고 신호로 보기에는 부족하다. 이는 2000년 닷컴 그룹의 평균 PER 59배보다는 상당히 낮은 수치다. 동시에 오늘날의 AI 기술주들은 평균 올해 이익 성장률 추정치가 40%를 상회하여 2000년 닷컴 버블 기술 주식들의 평균 성장률 기대치였던 30%를 초과한다.
닷컴 버블 당시와 마찬가지로 장기 투자자들이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알파벳과 같은 주요 AI 기술 주식을 매수해야 할지에 대한 질문은 할지 말지가 아니라 “언제 할 것인가”일지 모른다. 만약 AI 기술 버블이 아니라면 지금이 AI 기술 포트폴리오를 추가 매수하기에 좋은 시점일 수 있다. 반면 AI 버블에 있다면 더 매력적인 진입 시점은 6개월~1년 뒤가 될 수도 있다. 닷컴 버블의 경험이 훌륭한 기업도 비현실적인 가치 평가를 받은 후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지만 그 때만큼의 거품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제 24회 서울올림픽 성화봉송 최종주자는 육상스타 임춘애였다. 잠실 경기장에 손기정씨가 성화를 들고 들어오고 임춘애 선수가 넘겨받아 트랙을 돈 뒤 성화대 아래쪽 기단 위에 올라섰다. 베를린 올림픽 영웅 손기정 씨는 여론조사 결과 최적임자로 선정되었으나 고사하였다고 한다. 일제시대와 남북분단으로 점철된 불우한 근대사를 종지부 찍고 힘차게 뻗어가는 밝고 희망찬 미래를 상징하기 위해 젊은 선수에게 양보한 것이다. 닷컴 버블의 붕괴가 어두운 역사라면 지금의 AI 기술주는 희망찬 미래일 수 있다. AI 혁명은 궁극적으로 전 세계 경제를 활성화시킬 것이다. 주의할 점은 단지 AI 관련주라는 이유로 수익성 없는 기업들을 쫓는 허황된 투자가 아니라 서비스를 수익화하여 이익을 창출하는 기업을 잘 선택하는 것이다.
이건민 BNK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
아직은 꺼지지 않는 불 'AI'
33회 파리 올림픽이 개막되었다. 인기 있는 구기종목들이 대거 본선 진출에 실패하였으나 얼마 전 전역한 방탄소년단(BTS)의 진이 루브르박물관 앞에서 성화봉송 주자로 뛰며 관심을 집중시켰다. 고대 그리스 올림픽이 시작될 때 가장 먼저 입장한 것은 성화가 아니라 소였다. 올림포스 신을 위한 사로 시작되었기 때문에 이 소는 제우스 신전에 바칠 희생용 소였다. 뿔에 리본을 달고 몸체는 금박 옷을 입혀 신전 앞에 도착하면 소는 희생되고 그 피를 은단지에 담아 단에 놓아두었다. 참가선수들은 이 피를 신전에 뿌림으로써 신에 대한 예의를 다하고 인간의 희망을 신에게 전달한다. 성화는 이 희생물을 익힐 때 사용한 불에서 시작되었다. 이 때의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이 바로 성화의 기원이다.작년 이후 주식시장은 소의 장이었다. 뿔이 있는 황소가 상대방을 공격할 때 뿔의 궤적이 주가 상승 차트의 모양과 비슷하여 '불 마켓(Bull Market)'이라고 한다. 위로만 가던 주식이 최근 하락 전환하였다. 강세장 지속하에 일시적 조정인지 버블이 붕괴되는 건지 판단할 틈도 없이 장 색깔이 급변했다.
크게 상승한 종목들을 분석하는 데 있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강세장과 버블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다. 과거 주가 움직임을 분석해보면 주식시장에서 어떤 시기가 건강한 경제 성장기였고 어떤 시기가 단순 버블이었는지 해석하는 것은 답이 뻔히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 건강한 경제 성장일지 버블일지를 판단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일반적으로 시장 버블은 강세장에서 시작된다. 투자자들은 인터넷의 보급, 스마트폰의 확산, 주택 시장의 상승 또는 데이터센터에의 투자와 같은 시장의 트렌드를 인식하고, 이는 기업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여긴다. 초기에는, 특히 해당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이 돈을 벌지 못하는 시기에는 이러한 트렌드에 대해 열광하며 주식을 매수하고 주가를 끌어올린다.
그러나 버블구간에 진입하게 되면 주식에 대한 열기가 합리적인 기대에서 비합리적인 열광으로 변하게 된다. 시장은 주가가 상승한 근본적인 이유를 잊고 펀더멘탈 분석에 의존하지 않으며 단지 주가가 오르기 때문에 주식을 매수하기 시작한다. 이후의 상승은 미래 이익 성장에 대한 합리적인 기대가 아니라 놓칠까 두려운 마음(FOMO)에 의해 촉진된다.
제조업과는 달리 기술 산업과 같은 분야는 비합리적인 열광과 이성적인 장기적 사고방식의 차이를 구별하기가 매우 어렵다. AI 기술은 향후 몇십년 동안 상상조차 하기 힘들 정도의 어마어마한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어느 수준의 가격이나 가치 평가에서도 주요 AI 기술주를 매수하는 것을 정당화하기 쉽다. 투자자들의 이런 AI 기술주에 대한 열기가 지수를 사상 최고치로 끌어올렸다. S&P500은 올해 13% 상승했으며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도 22% 올랐다. 특히 엔비디아와 슈퍼마이크로컴퓨터(SMCI)는 2022년 말 이후 시가총액이 약 8배 상승하였다. 가치투자자 입장에서는 매우 불편할 상승폭이다.
S&P500의 현재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는 21배로 10년 평균인 17.9보다 약 17%정도 높은 수치다. 오늘날의 AI 기술 리더들의 예상 성장률과 밸류에이션은 과연 닷컴 버블시기의 기술 대기업들과 비교해보면 어떨까. 닷컴 버블을 대표했던 기업은 마이크로소프트, 시스코시스템즈, 인텔, IBM등이다. 최근의 AI 기술주 메가 기업은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아마존, 메타, 알파벳 등이 손꼽힌다. 매그니피센트 7에서 애플과 테슬라를 제외하고 남은 종목들이다.
오늘날의 AI 기술주들의 평균 2024년 기준 PER는 약 33배 정도다. 33이라는 PER 멀티플이 저렴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성장 주식에 대해 경고 신호로 보기에는 부족하다. 이는 2000년 닷컴 그룹의 평균 PER 59배보다는 상당히 낮은 수치다. 동시에 오늘날의 AI 기술주들은 평균 올해 이익 성장률 추정치가 40%를 상회하여 2000년 닷컴 버블 기술 주식들의 평균 성장률 기대치였던 30%를 초과한다.
닷컴 버블 당시와 마찬가지로 장기 투자자들이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알파벳과 같은 주요 AI 기술 주식을 매수해야 할지에 대한 질문은 할지 말지가 아니라 “언제 할 것인가”일지 모른다. 만약 AI 기술 버블이 아니라면 지금이 AI 기술 포트폴리오를 추가 매수하기에 좋은 시점일 수 있다. 반면 AI 버블에 있다면 더 매력적인 진입 시점은 6개월~1년 뒤가 될 수도 있다. 닷컴 버블의 경험이 훌륭한 기업도 비현실적인 가치 평가를 받은 후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지만 그 때만큼의 거품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제 24회 서울올림픽 성화봉송 최종주자는 육상스타 임춘애였다. 잠실 경기장에 손기정씨가 성화를 들고 들어오고 임춘애 선수가 넘겨받아 트랙을 돈 뒤 성화대 아래쪽 기단 위에 올라섰다. 베를린 올림픽 영웅 손기정 씨는 여론조사 결과 최적임자로 선정되었으나 고사하였다고 한다. 일제시대와 남북분단으로 점철된 불우한 근대사를 종지부 찍고 힘차게 뻗어가는 밝고 희망찬 미래를 상징하기 위해 젊은 선수에게 양보한 것이다. 닷컴 버블의 붕괴가 어두운 역사라면 지금의 AI 기술주는 희망찬 미래일 수 있다. AI 혁명은 궁극적으로 전 세계 경제를 활성화시킬 것이다. 주의할 점은 단지 AI 관련주라는 이유로 수익성 없는 기업들을 쫓는 허황된 투자가 아니라 서비스를 수익화하여 이익을 창출하는 기업을 잘 선택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