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신약 개발 기업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기 위해 내야 하는 수수료가 내년부터 431만달러(약 59억원)로 올라간다.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700배 수준이다.

FDA는 지난 7월 31일(현지시간) 2025년 회계연도에 신약(전문의약품)과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제네릭(합성의약품 복제약), 의료기기 제조업체로부터 받을 허가심사 수수료를 확정지었다고 공지했다. 2025년 회계연도는 오는 10월부터 내년 9월 30일까지 적용된다.

FDA는 심사 신청건수, 심사자 고용비 등을 고려해 매년 허가심사 수수료를 책정한다. 내년 수수료는 △신약 431만달러 △바이오시밀러 147만달러 △의료기기 54만달러 △제네릭 32만달러 순으로 정해졌다.

신약 허가심사 수수료는 지난해 처음 400만달러 선을 넘어선 지 1년 만에 6% 가량 인상됐다. 바이오시밀러 허가심사 수수료는 전년 대비 44% 인상돼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는 이와 관련해 “지난 몇 년간 검토 업무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했고,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허가당국이지만 FDA와 국내 식약처는 그 성격과 운영 방식에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 FDA는 컨설팅기관에 가깝다. 제약·바이오업체들로부터 수십억원의 수수료를 받고 허가심사를 해주는 대신, 임상 성공을 위해 어떤 전략을 짜야 할지, 기본적인 문서 양식부터 앞으로 제출해야 할 자료까지 꼼꼼하게 코치해준다.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시장인 미국 관문을 넘기 위해 기업들은 기꺼이 이 돈을 낸다. FDA는 이 돈으로 몸값이 비싼 전문인력을 채용하는 선순환 구조를 갖고 있다.

국내 식약처의 신약 심사수수료는 800만원대다. 살림 대부분도 세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코오롱 ‘인보사 사태’를 기점으로 식약처 운신의 폭이 더 좁아진 것도 사실이다.

업계에서는 식약처가 유럽, 미국 등 선두주자 규제 기관에 비해 인력과 예산이 턱없이 부족한 만큼 정부의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나왔다.

FDA와 식약처에서 모두 허가심사를 받아본 한 바이오기업 최고경영자(CEO)는 “FDA 수수료가 매우 부담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세세하고 꼼꼼한 코치를 받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며 “국내 허가당국도 모험정신을 갖추고 더 적극적으로 나서기 위해 사회적 문화와 제도가 바뀔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