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무슨 말이야, 제멋대로 문장들의 나열인데 매력적인 소설 [서평]
"그녀가 포털을 열자 정신이 한참 달려 나와 그녀를 맞이했다."

시인 겸 소설가 퍼트리샤 록우드는 소설 <아무도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를 이 같이 알쏭달쏭한 문장으로 시작한다. '그녀가 인터넷에 접속했다'는 말을 평범하지 않게 표현한 결과다. 그의 소설은 아리송하고 특이한 문장의 연속이다. 마치 트위터(현 엑스·X)에서 떠돌아다니는 낱개의 문장들을 연상케 한다.

앞서 2012년 시인으로 데뷔한 록우드는 이듬해 발표한 <강간 농담>을 통해 "시에 대한 한 세대의 관심을 다시 불러일으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작품은 록우드가 처음으로 쓴 소설이다. 2021년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르고 뉴욕타임스 최고의 책으로 선정됐다.

소설은 1부와 2부로 이뤄졌다. 1부는 파편적인 문장의 연속이다. 소설 속 주인공은 소셜 미디어에 "개도 쌍둥이가 될 수 있나?"라고 올린 글이 우연히 화제가 되면서 온라인 상에서 유명세를 탄 인물이다. 소셜 미디어에선 별다른 의미를 갖지 않는 자극적인 문장과 사진들이 활발하게 공유되며 인기를 얻는다. 기후 변화, 독재자의 부상, 인종 차별 등 실제 세계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뒤로 한 채 사람들은 인터넷 속에 숨는다.
도대체 무슨 말이야, 제멋대로 문장들의 나열인데 매력적인 소설 [서평]
주인공이 인터넷 안에서만 사는 삶에 안주할 무렵, 시작되는 2부의 분위기는 완전히 바뀐다. 임신한 여동생의 아기에게 희귀병이 발견됐단 사실을 알게 된 주인공은 현실로 돌아온다. 인터넷을 켜고 무언가 입력해보려고 하지만, 늘 써오던 문장들에서 갑자기 진실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온라인 세상에서 주인공은 괴상하고 웃긴 문장들로만 존재하고 있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그는 소셜 미디어에 아무것도 올리지 않기로 결심하고 현실로 돌아온다.

소설이 주는 메시지는 '실제의 삶보다 중요한 건 없다'는 새롭지 않은 교훈이지만, 그것을 풀어나가는 방식이 새롭다. 주인공이 자신을 다 내어줄 수 있는 아기라는 대상이 생기고서야 현실 속 자신의 존재 가치를 깨닫는다는 설정이 인상적이다. 온라인 세상과 실제 현실을 예리하면서도 재치있는 문장으로 대비시켰다. 록우드 특유의 날 것 그대로의 문장이 살아 있는 소설이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