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실적이 좋아진 건 근본적인 경쟁력을 회복한 덕분이라기 보다는 시황이 좋아진 데 따른 것입니다. 근원적 경쟁력 회복 없이 시황에 의존하다 보면 또 다시 작년 같은 상황이 되풀이되는 악순환에 빠질 수 밖에 없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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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현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DS)부문장(부회장)이 1일 사내게시판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다시 뛰자'고 주문했다. 지난 5월 반도체 부문 수장에 오른 전 부회장이 임직원들에게 공식 메시지를 내놓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의 올해 2분기 실적은 지난해 동기 대비 크게 개선됐다. 매출 74조683억원, 영업이익 10조4439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23%, 1462% 증가했다. 실적을 견인한 건 반도체 부문이었다. 이 부문에서 매출 28조5600억원, 영업이익 6조4500억원을 올렸다.

전 부회장은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근본적인 경쟁력이 약해진 원인으로 '부서간 소통의 벽'과 '비현실적인 계획을 보고하는 문화'를 꼽았다. 전 부회장은 "리더간, 부서간 소통을 강화해 벽을 제거해야 한다"며 "직급과 직책에 관계없이 안 되는 것은 안 된다고 인정하고, 도전할 것은 도전하자"고 했다. 이어 "(모든 걸) 투명하게 드러내서 소통하는 반도체 고유의 치열한 토론문화를 재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 부회장은 새로운 반도체 조직문화인 'C.O.R.E. 워크'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C.O.R.E’는 문제 해결·조직간 시너지를 위해 △소통하고(Communicate) △직급·직책과 무관한 치열한 토론으로 결론을 도출하며(Openly Discuss) △문제를 솔직하게 드러내(Reveal)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사 결정하고 △철저하게 실행한다는(Execute) 의미다. 전 부회장은 “현재 우리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지만, 반도체 고유의 소통과 토론 문화, 축적된 연구 경험과 노하우를 토대로 빠르게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조 달래기에도 나섰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는 임금 인상, 성과급 분배 방식 개선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돌입했다. 전 부회장은 "당초 공지된 내용은 경영계획 목표 영업이익 11조5000억원을 달성할 경우 초과이익성과급(OPI) 지급률이 0∼3%라는 의미"라며 "현재 반도체 시황이 회복되고 이익률이 개선되고 있는 만큼 OPI 지급률은 당초 예상보다 상당히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 열품으로 수요가 급증한 5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인 HBM3E를 하반기에 본격 양산할 계획이다. 여기에 범용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도 오르고 있는 만큼 하반기 실적은 상반기보다 좋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