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연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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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다 긴다 하는 선배들 사이에서 못하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을 안고 시작했지만, 처음으로 '놀아볼까' 하는 용기를 심어준 작품입니다."

200%를 준비해도 현장에서 항상 '못 할 거야'라는 걱정이 우선이었던 임지연이 달라졌다. 캐릭터에 대한 계산을 내려놓고 대선배 전도연과 연기로 맞붙었다. 결과는 성공적. 영화 '리볼버'를 통해 임지연은 또 한걸음 성장했다.

"어제 VIP 시사회 후에 뒤풀이에서 위스키를 마셨어요. 지금 숙취가 약간 있지만 최선을 다할게요. 저는 인터뷰 있다고 새벽 4시에 나왔는데 다들 6시까지 먹었다고 하더라고요. 뒤풀이 참석한 선배들, 감독들 모두 우리 영화에 대한 칭찬을 많이 해주셨어요. 기분 좋게 위스키를 먹을 수 있었어요. (웃음)"

'무뢰한' 오승욱 감독이 연출한 영화 '리볼버'는 모든 죄를 뒤집어쓰고 교도소에 들어갔던 전직 경찰 수영(전도연)이 출소 후 받지 못한 돈을 받기 위해 달려가는 이야기다.

임지연은 '리볼버'에서 투명한 듯 속내를 알 수 없는 유흥업소 마담 정윤선 역을 맡았다. 임지연은 전도연이 연기한 하수영과 거대 세력 앞에서 줄타기한다. 그는 고요한 영화 속 톡톡 튀는 비타민 같은 매력을 보이다가도 영악한 눈빛을 번뜩인다.

"전도연 선배 원톱에 저는 귀여운 서브에요. 솔직히 분량이 많았으면 더 좋았을 것 같은데... 농담입니다. 전도연 선배와 오승욱 감독의 팬이었어요. 그것만으로도 참여할 이유가 분명했죠. 그들과 작업을 하고, 그들의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었어요. 후배로서 배우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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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캐릭터에 대해 임지연은 "저는 불륜녀", "그냥 마담"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저는 자기 칭찬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에요. 윤선도 쥐뿔도 없는데 자존감 높은 아이라고 생각했어요. 산전수전 다 겪은 여자가 비슷한 처지의 여자인 수영을 만나, 나도 모르게 응원하는 과정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복잡한 캐릭터들 속에 윤선까지 복잡하면 안 될 것 같아, 겉모습과 행동과 같은 부분에 신경 썼죠. 여성 케미에 대해 재밌게 느껴주셨으면 좋겠어요."

'리볼버'를 보고 임지연은 극 중 자신의 모습에 대한 새로움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지금까지 인터뷰하면 항상 아쉬운 포인트를 이야기해 왔는데 지금 저는 '그냥 했어요'라고 말하지 않나. 이런 적은 처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생각보다 예쁘게 나와서 놀랐다. 어제 지창욱 오빠에게 '나 정말 예쁘게 나오지 않아?'라고 계속 물어서 지창욱이 '알겠어! 예쁘다고!'라고 말해줬다. 이번 작품은 저의 최강의 장점을 잘 살려준 것 같다"고 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에 독립영화에 출연했던 그는 2013년 '인간중독'으로 파격적인 데뷔 신고식을 치렀다. 임지연은 데뷔할 때부터 연기적인 호평을 들어왔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더 글로리', '마당이 있는 집', '국민사형투표'에 '리볼버'까지 임지연은 데뷔 초와는 다른 사람인 것처럼 호연을 펼치고 있다.

"원래 저는 연기할 때 굉장히 계산을 많이 해요. '더 글로리'의 연진도 다 계산하고 만들었어요. '리볼버'에선 하수연(전도연)의 에너지에 부딪히면서 하자는 생각을 했어요. 느껴지는 대로 반응하자고 용기를 냈죠. 이번에 나도 생각보다 감각적이고 본능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배우라는 걸 깨달았어요."

청초하고 단아한 연기만 하던 시절도 있었다. 임지연은 "성장하면서 자유로워진 것 같다. 어떻게 하면 힘을 빼고 주는지에 대해 알게 됐다"면서 "지금도 물론 성장 중이지만 하나하나 알게 되면서 내 얼굴을 더 사랑하게 되고, 매력이 뭔지 찾게 되고, 캐릭터를 입히는 과정을 배우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 예전에 했던 작품을 좀 보는 편이에요. 미칠 만큼 괴롭지만 참고 봐요. 부족했고, 못했어요. 사회성도 좀 떨어졌던 것 같아요. 현장에서 잘 어울리고 조화롭게 작업하지 못했어요. 너무 어린 나이에 강렬한 영화로 데뷔했고, 현장을 잘 몰랐던 것 같아요."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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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연은 이제 자신의 매력이 무엇인지 조금씩 알게 됐다며 "조각처럼 예쁘지 않은 게 매력"이라고 했다. 그는 "송혜교 언니는 그림같이 예쁘지 않나. 저는 그렇지는 않지만 다양한 색깔이 있는 얼굴에 목소리 톤도 좀 다르게 낼 수 있는 게 배우로서 굉장한 장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그는 앞서 스스로 '한예종 전도연'이라고 칭하고 다녔다고 말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학창 시절 선배님이 칸 가시고 아우라가 엄청났다. 저는 독립영화 찍으러 다닐 때, '난 한예종의 여왕이야', '한예종 전도연', '금호동 전도연'이라고 하고 다녔다"고 설명했다. 이어 "배우고, 닮고 싶은 마음에 말하고 다녔는데 이렇게 한 작품에서 호흡한다는 게 정말 영광"이라며 "전도연 선배가 걸어온 배우의 길을 존경한다"고 덧붙였다.

임지연은 캐릭터의 분량이나 역할의 임팩트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매력 있는 캐릭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내가 마담이라니? 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이런 거 전혀 못 할 것 같은데 상상이 안 되는 나의 얼굴을 발견했을 때 희열을 느끼죠. 연진이 때도 상상 못했고, 모든 작품이 그랬어요. 재밌는 것도 좋아하지만 임지연의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어요."

'리볼버'는 오는 7일 개봉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