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사측과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의 교섭이 결렬되자 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에서 조합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 사측과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의 교섭이 결렬되자 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에서 조합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가 회사와의 교섭에서 조합원에게 복지포인트 200만원 지급을 요구하다 결렬되자 이재용 회장 자택 앞으로 몰려갔다.

전삼노는 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이 회장 자택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제는 이 회장이 총파업 해결을 위해 직접 나서 입장을 밝혀달라"고 촉구했다.

전삼노는 지난달 29일부터 전날까지 사흘간 사측과 임금 인상·성과급 제도 개선 등을 놓고 끝장 교섭을 진행했지만 최종 결렬을 선언했다. 협상 막바지 단계에 이르러 전삼노가 총파업에 따른 노조원의 경제적 손실을 보전하는 차원에서 200만원 상당의 복지포인트를 추가로 요구한 것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삼노는 지난달 8일을 기점으로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 상태다. 전삼노의 핵심 요구는 △성과급 제도 개선 △노조 창립 휴가 1일 보장 △전 조합원 기본 인상률 3.5%(성과급 인상률 2.1% 포함 시 5.6%) △파업 조합원 경제적 손실 보상 등이다.

사측은 막판 교섭에서 △노조 총회 4시간 유급 노조활동 인정 △전 직원 50만 여가포인트 지급 △성과급 산정 기준 개선 시 노조 의견 수렴 △연차 의무사용일수 15일→10일로 축소 등을 제시했다.

전삼노는 끝장 교섭마저 결렬되자 이 회장 자택 앞으로 몰려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손우목 전삼노 위원장은 "4년 전 이재용 회장이 '무노조 경영 철폐'와 노동3권 인정을 이야기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이 회장이 본인의 약속을 지켜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이현국 전삼노 부위원장은 "지난 3월 서초(사업지원TF)에서 사측이 약속한 휴가제도 개선을 일방적으로 취소했다"며 "그로 인해 이번 파업이 파생된 것이기에 파업의 책임은 전적으로 사측에 있다"고 했다.

성과급과 관련해선 "(구성원이) 예상할 수 있게 제도를 투명화해달라는 것이고, 베이스업(공통 인상률) 0.5% 인상도 월급 기준 평균 3만4000원 수준"이라며 "돈을 더 달라는 게 아니라 삼성전자에 헌신했던 우리를 인정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삼노의 대표교섭노조 지위는 오는 4일까지 유지된다. 이달 5일이 되면 삼성전자 내 다른 노조들과 다시 대표교섭노조를 정하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쳐야 한다. 대표교섭노조 지위를 확보한 다음 쟁의권을 얻어내야 파업에 돌입할 수 있다.

다만 전삼노는 이후에도 파업을 지속한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엔 현재 사무직노조(1노조), 구미네트워크노조(2노조), 삼성전자노조 동행(동행노조·3노조), 전삼노(4노조), DX(디바이스경험)노조(5노조) 등이 있다.

이 중 동행노조는 최근 전삼노를 향해 "대표 노동조합의 총파업을 통한 협상이 회사와의 첨예한 대립으로 더 이상 합리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없는 길로 들어서고 있다"며 날을 세웠다.

손 위원장은 "우리가 가장 큰 노조이기 때문에 대표 교섭권을 잃는 게 아니다"라며 "새로 교섭권을 얻어야 하는 (3∼4개월) 기간 중 잠시 파업권을 잃을 뿐, 이후 다시 교섭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