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이랑 코니바이에린 대표가 지난달 30일 서울 옥수동 업무공간 ‘코니 오리지널 하우스’에서 육아 친화적 인사정책 등을 설명하고 있다.  /최혁 기자
임이랑 코니바이에린 대표가 지난달 30일 서울 옥수동 업무공간 ‘코니 오리지널 하우스’에서 육아 친화적 인사정책 등을 설명하고 있다. /최혁 기자
‘임이랑, 지용 지헌 엄마.’

지난달 30일 영유아 용품·패션 스타트업 코니바이에린의 임이랑 대표(35)를 만나 건네받은 명함은 꽤 특이했다. 이름 석 자 옆에 두 아들의 엄마임을 자랑스럽게 써넣었다. e커머스(전자상거래)업체 마케터 경력 7년의 서울대 출신 스타트업 창업자로 명성을 얻었지만 정작 그가 내세우는 최고 이력은 ‘엄마’다. 근무지 주소를 적는 난은 아예 ‘no office’라고 돼 있다. 세계 어디서든 일한다는 문구와 함께.

코니바이에린은 미취학 영유아의 피부에 닿는 모든 제품을 생산한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착용했을 때 배 부분이 볼록하게 튀어나오는 힙시트 대신 엄마 아빠가 편하게 착용할 수 있고 패션까지 고려한 아기띠를 선보여 인기를 끌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2년 전 ‘여성 경제인의 날’ 행사 때 코니 아기띠를 착용하는 모습으로 화제가 됐다. 아기띠를 시작으로 의류, 턱받이, 식기 등으로 제품군을 넓혔다. 외부 투자를 전혀 받지 않고도 성장을 거듭했다. 지난해엔 매출 300억원을 넘어섰다.

코니 제품에는 ‘메이드 인 코리아’가 없다. 대신 까다로운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는 해외 생산기지를 뒤졌다. 임 대표는 “한국 봉제 공장들은 인력 고령화가 심하지만 동남아시아 공장은 젊은 20대 노동자들이 일한다”며 “나이키 등 글로벌 기업들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을 맡은 경험이 있고 까다로운 북미 봉제 기준을 맞춰본 공장들만 엄선했다”고 말했다.

제품 못지않게 명성을 얻은 것은 ‘전원 재택근무’를 비롯한 육아 친화 근무 분위기다. 직원 70여 명 중 60%가 영유아·초등 저학년 자녀를 둔 부모다. 임 대표는 “사정이 비슷한 경우가 많아 육아하는 부모로서의 고달픔이 어떤지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며 “등·하원 시간은 물론 아이가 아플 때 급하게 병원에 데려갈 수 있도록 근무 시간 조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전 직원 재택근무에도 성과를 내기 위해선 ‘엄격한 기강’은 필수라고 했다. 그는 “코니가 재택근무와 가정 친화적 업무 분위기를 갖췄다고 해서 일이 여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메신저와 문서만으로도 업무 소통을 간결 명료하게 할 수 있어야 하므로 수년의 경력을 갖춘 ‘프로’ 위주로 엄선해서 직원을 뽑는다고 한다. 그러면서 “업무 시간에 육아로 못한 일이 있다면 아이를 재운 시간에라도 끝내겠다는 자세는 필수”라고 설명했다.

임 대표는 육아 친화적 직장 문화 구축을 위해선 국가적 관심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 직원의 10%가 육아휴직을 간다는 건 경영자로선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며 “작은 기업에서 육아휴직으로 생긴 공백을 메우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그는 “능력 있는 휴직 대체자를 채용할 여력을 마련할 수 있도록 법인세 감세 등 중소·중견기업이 육아휴직을 반길 정책적 유인을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