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고령화와 노후 대비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노후의 경제적 안정을 위한 준비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1차 베이비붐 세대인 1955~1963년생 705만 명에 이어 2차 세대인 1964~1974년생 954만 명이 은퇴 연령에 진입하면서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높은 수준의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도 문제지만 향후 은퇴하는 세대가 과연 적절한 경제적 준비가 돼 있는지도 중요한 사안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이 재정패널 자료를 기초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은퇴 이후 소득과 소비는 급격히 감소했다. 55~59세 총소득을 100으로 볼 때 60~64세는 총소득이 81로 줄고 70~74세로 들어가면 35로 축소된다. 소득 구성을 보면 근로·사업소득의 비중이 60~64세는 85.5%, 70~74세는 63%를 차지한다. 이는 노후에도 계속 일해서 소득을 창출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소득 중 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60~64세는 10.5%, 70~74세는 25.9%에 불과하다. 연금 구성을 보면 국민연금과 퇴직연금과 같은 공적 연금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70~74세 중 개인연금과 같은 사적연금을 지닌 인구 비중은 1.7%에 불과하다. 이는 은퇴 직전인 55~59세 소득 대비 모든 연금을 합한 소득의 비중이 60~64세는 8.5%, 70~74세는 9.1%에 불과한 결과로 이어진다. 선진국과 달리 은퇴 후 ‘연금 부자’로 살아갈 수 없는 게 우리 현실이다.

한국 가계 자산의 가장 두드러진 특성은 부동산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다는 것이다.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고령 가구의 자산에서 부동산 비중은 80%를 웃돌지만, 금융자산 비중은 16%에 불과하다. 반면 미국은 38.7%만 부동산이고 금융자산 비중이 40%를 넘는다. 이처럼 높은 부동산 비중과 낮은 연금소득이 결합한 영향으로 한국 은퇴 가구의 상당수는 소득 하락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 계속 일해야만 한다. 소득이 감소하면서 소비를 큰 폭으로 줄이는 탓에 삶의 질도 떨어진다. 하지만 유일한 자산인 주택 보유는 포기하지 않아 높은 노인 빈곤율로 이어지고 있다.

노후 대비는 물론 개인이 계획하고 준비해야 하는 부분이 크다. 하지만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은 정부 몫이라고 할 수 있다. 가장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안은 보유 자산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동산을 연금화하는 것이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주택연금 제도가 2007년 이후 시행돼 자리 잡고 있다. 2022년 보증잔액 기준 주택연금 가입 건수는 8만3000건이다. 이는 2020년 가구주 연령 55세 이상인 935만 가구 기준으로 약 0.89% 가입률에 불과하다. 가입 당시 평균 연령이 70세가 넘는다는 통계는 퇴직 후 상당한 시간이 흘러야 주택연금에 가입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은퇴 후 소득으로서의 주택연금 활용도는 매우 미미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주택연금제도는 그간 꾸준히 개선돼 왔으나 가입 확대와 안정적 운영을 위해 추가로 고려할 부분이 있다. 우선 변동금리 상품만 제공돼 가입자가 금리 위험을 부담하므로 고정금리 상품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현재는 은행이 연금 형태로 가입자에게 대출을 제공하고 주택금융공사가 이를 보증하는 구조인데 주택 가격 하락, 가입자의 장수 등으로 발생할 대위변제손실에 대비하기 위해 조성한 주택담보노후연금보증 계정을 충분히 마련해 제도의 안정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제도적으로 볼 때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의 제도 개선과 보완이 우선 필요하다. 현행 제도하에서 3년 뒤 적자 전환되는 국민연금은 지난 국회에서 무산된 보험료 인상을 우선 처리해 구조 개혁을 위한 시간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는 퇴직연금의 사전지정운용제를 본래 취지에 맞게 개선하고 퇴직연금 수익률을 국민연금 기금 운용 수익률에 근접하도록 운용해야 한다. 복잡한 세제는 단순화하고 확실한 혜택을 부여해야 할 것이다.

누구에게나 노년은 다가온다. 미리 철저한 준비를 하지 않으면 힘든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개인과 국가의 노력이 모두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