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정시간외수당(고정OT)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하급심 판결이 나오면서 산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이는 2021년 대법원 판결을 뒤집은 것으로, 기업들은 이번 판결이 새로운 흐름으로 이어질지에 주목하고 있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방법원 민사17부(부장판사 맹준영)는 최근 삼성디스플레이 전·현직 근로자 3850명이 제기한 임금 소송에서 “고정시간외수당도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며 원고 일부 승소 취지로 미지급금 약 40억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재판부는 고정OT가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자기 계발비와 지급 방식, 임금 관리 체계가 동일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는 월급제·시급제를 불문하고 ‘기준급의 20%’ 상당액을 고정시간외수당 또는 자기 계발비 명목으로 근로자들에게 일괄적으로 지급해왔다”며 “인사 규정에 명칭과 산정 방식을 명시했다고 해서 통상임금에서 제외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은 2021년 대법원이 삼성SDI 사건에서 고정시간외수당을 소정 근로에 대한 대가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과 상반되는 결정이다.

통상임금은 소정 근로에 대한 대가로 해석된다. 반면 고정OT는 20시간으로 수당은 고정됐지만 실제로 18시간이나 16시간을 해도 20시간분을 주는 개념이다.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고정OT가 소정 근로의 대가가 아니므로 통상임금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지만 이번 판결로 인해 통상임금 해석에 대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삼성, 롯데, LG, SK 등 대기업은 포괄임금제 대신 고정OT 제도를 도입한 만큼 이번 판결의 파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한 대기업 노무 담당자는 “대법원 판결이 뒤집힌 경우여서 이런 판결 흐름이 이어질지에 주목하고 있다”며 “향후 임금 소송이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이 삼성의 특수한 사례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한 대기업 노무 담당자는 “삼성그룹은 2018년 임금 체계를 바꾸면서 기존에 기준급여 20%를 수당으로 잡아놓은 것을 이름만 고정OT로 바꾼 경우”라며 “이번 판결을 새로운 흐름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한 노동법 전문가는 “기업들이 고정OT를 통해 통상임금을 줄이려는 시도가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허란/곽용희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