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비만약' 마운자로 국내 허가
세계 의약품 시장에서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가 비만약으로 국내 판매 허가를 받았다. 다만 이번 허가에도 국내 출시 일정은 불투명하다. 세계적으로 수요가 급증해 공급 부족 사태를 빚고 있어서다.

한국일라이릴리는 마운자로가 체중 관리를 위한 보조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품목허가를 획득했다고 1일 발표했다. 지난해 6월 당뇨약으로 허가받은 마운자로가 비만약으로 치료 분야를 확대한 것이다.

마운자로 약효는 기존 비만약 시장의 최강자인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다. 임상 3상 시험에서 평균 체중이 105㎏인 성인에게 마운자로 15㎎을 72주간 투여했더니 체중이 최대 22.5% 빠졌다. 84주 투여 임상시험에서는 체중이 평균 26.6% 줄었다. 위고비는 68주 투여 결과 15% 정도 감량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김계원 한국일라이릴리 당뇨병 사업부 부사장은 “마운자로의 국내 적응증 확대를 시작으로 비만에 대한 잘못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겠다”며 “비만 환자들이 시기적절하게 진단과 관리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체중 평균 26% 감량" 위고비보다 효과 세다

마운자로(사진)는 몸속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포만감을 높이는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GLP)-1 계열 치료제로 식전·식후 혈당을 낮추고 체중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마운자로는 GLP-1과 포도당 의존성 인슐린 분비 촉진 폴리펩타이드(GIP) 등 두 가지 표적에서 모두 약효를 내는 유일한 의약품이다.

이에 비해 기존 비만 치료제의 강자로 분류되던 노보노디스크의 ‘삭센다’와 ‘위고비’는 GLP-1 수용체만 활성화한다. 마운자로가 글로벌 비만 트렌드의 중심에 서게 된 배경이다.

원래 당뇨약으로 허가받은 마운자로는 지난해 1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비만으로 적응증을 확대해 허가받았다. 현재 ‘젭바운드’라는 이름으로 미국에서 판매 중이며 국내에서는 이전 이름인 마운자로를 유지했다.

마운자로 국내 출시 시점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지난해 4월 국내에서 허가받은 위고비도 고질적인 의약품 공급 부족으로 1년 넘게 출시하지 못하고 있다. 데이브 릭스 일라이릴리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초 열린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산업 투자 행사 ‘2024 JP모간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지난해 12월 젭바운드가 주당 2만5000건의 신규 처방을 기록했다”며 “예상치를 초과하는 시장 수요 덕분에 올해 공급량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라이릴리는 공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유럽 등에 수십억달러를 투자해 연달아 공장을 증설 중이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