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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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인의 축제' 올림픽이 파리에서 열리고 있다. 최고 기량의 운동선수들이 한 자리에 모여 경합하는 스포츠 행사에 맞춰 '도핑과의 전쟁'도 막이 올랐다. 올림픽은 종이 한장 두께에 불과한 실력 차이로 메달의 운명이 갈린다. 금지약물 복용이 경기력에 영향을 주는 결정적 변수로 작용하는 이유다. 올해 파리올림픽에서도 도핑 양성 반응이 나온 선수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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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핑의 역사는 고대 그리스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신과 전문의 최강은 저서 <도핑의 과학>을 통해 "기원전 700년경 그리스 올림픽 출전 선수들은 경기를 앞두고 양의 고환이나 심장을 먹었다"고 했다. 테스토스테론 같은 남성 호르몬은 몰랐겠지만 기량 향상에 도움을 준다는 경험적 지식이 있었다는 의미다. 술이나 코카인 같은 환각성 약물도 많이 활용됐다.

테스토스테론 합성물질 등 아나볼릭 안드로겐 스테로이드(AAS) 계열 약물이 도핑 '단골 손님'이 된 것은 1980년대 이후다. 비결은 운동 능력을 단숨에 높여주는 강력한 효과다.

스테로이드는 어떤 물질이 붙는지에 따라 성질이 달라진다. 크게 연고 주사제 등 약으로 활용되는 코티코스테로이드와 AAS로 나뉜다. 동화작용으로 해석되는 아나볼릭은 작은 물질을 크게 만드는 대사 작용을 한다. 단백질에 동화작용을 일으켜 근육 양과 강도를 늘려주는 스테로이드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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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AS 효과는 1996년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에 공개된 논문에 잘 나와있다. 당시 미국 의학자들은 19~40세 성인 남성 43명을 네 그룹으로 나눠 테스토스테론의 운동효과를 분석했다. 테스토스테론이 근육량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첫 연구다.

10주간 매주 600㎎의 테스토스테론 주사를 맞은 그룹은 운동을 하지 않아도 팔 근육(삼두근) 면적이 424㎜2(12%), 허벅지 근육(대퇴사두근) 면적이 607㎜2(6.7%) 늘었다. 같은 기간 가짜약을 투여 받은 남성들은 팔 근육이 82㎜2(2.3%), 허벅지 근육이 131㎜2(1.4%) 줄었다.

테스토스테론을 투여하면서 주 3회 벤치프레스와 스쿼트 운동을 한 남성들은 10주 뒤 팔 근육이 501㎜2(14%), 허벅 근육이 1174㎜2(13.7%)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기간 이들은 모두 단백질, 비타민 등이 골고루 함유된 동일한 식단을 섭취했다. 가짜약을 투여한 그룹은 지방을 뺀 근육 무게가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운동을 하면서 테스토스테론을 투여한 그룹은 근육 무게만 평균 6.1㎏(9.3%) 증가했다. 운동 없이 테스토스테론만 투여한 그룹도 3.2㎏(4.6%), 가짜약을 투여하면서 운동한 그룹은 2㎏(2.8%) 근육 무게가 늘었다.

운동능력 향상 효과도 컸다. 가짜약을 투여하면서 운동을 하지 않은 그룹은 10주 뒤 벤치프레스와 스쿼트 무게 변화가 거의 없었지만 운동하면서 테스토스테론을 투여한 그룹은 무게가 22.7% 늘었다. 스쿼트 무게는 37.3% 증가했다.

연구진은 이를 토대로 테스토스테론을 투여하면서 근력 운동을 하면 근육량과 근육크기, 근력을 높일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남성호르몬의 '약발'이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이다. 스포츠 선수들이 AAS를 사용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정당하지 못하다고도 지적했다.

부작용도 문제다. 네덜란드 연구진은 2022년 논문을 통해 AAS가 여드름, 고혈압, 고지혈증, 발기부전, 여성형 유방, 심장근육질환 발생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고 경고했다. 혈액을 타고 다니면서 다양한 단백질에 영향을 줘서다.

간 독성도 흔하다. 간 기능이 망가지면서 담즙색소인 빌리루빈이 혈액 속으로 흘러나와 흰자위가 노랗게 바뀌는 등 황달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도 많다. 1988년 서울 올림픽 100미터 달리기 종목에서 1위로 골인한 벤 존슨의 약물 이력을 의심하게 한 것도 이런 황달이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