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경기 침체 우려에 다시 고꾸라진 원유 [오늘의 유가]
국제 유가가 급등 하루 만에 2% 넘게 반락했다. 미국 경기에 대한 불안감이 중동의 군사적 갈등에 의한 위험 프리미엄을 상쇄했다.

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9월물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1.60달러(2.05%) 급락한 배럴당 76.3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10월 인도분 가격은 전장 대비 1.32달러(1.63%) 떨어진 배럴당 79.52달러에 마감했다.
자료=게티이미지, 한경DB(사진은 본문 내용과 무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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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선 중동발 악재가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제조업 경기에 대한 불안감이 유가를 끌어내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는 지난 7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6.8을 기록하며 업황 위축과 확장 가늠선인 50보다 낮았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 48.8을 하회하고 전월치(48.5)도 밑돌았다.

특히 ISM 제조업 PMI의 하위지수인 고용지수는 43.4로 전달에 비해 5.9포인트 급락했다. 해당 지표는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직후인 2020년 6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경제를 가진 미국의 제조업 경기가 위축되면 그만큼 원유 수요도 약해진다.

중동의 군사적 갈등은 누그러지지 않은 상태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최고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피격된 후 이란은 배후로 지목된 이스라엘을 겨냥해 군사적 보복을 공언했다.
美경기 침체 우려에 다시 고꾸라진 원유 [오늘의 유가]
RBC캐피털마켓츠의 헬리마 크로프트 글로벌 상품 전략 책임자는 "하니예가 테헤란에서 암살되면서 중동 갈등은 상당히 격해졌고 이 지역은 더 큰 전쟁으로 치닫고 있다"며 "이번 보복에 하마스와 헤즈볼라, 이란이 모두 포함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까지와 같은 봉쇄 역학이 지속될지 확신할 수 없고 최소한 가자 전쟁의 휴전 회담은 심각하게 위태로워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동 이슈가 유가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데니스 키슬러 BOK파이낸셜 트레이딩 수석부사장은 "실질적인 공급 차질을 보지 못했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며 "시장이 지정학적 이슈에서 벗어나 글로벌 원유 수요를 더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