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서울대병원 윤혜원 교수, 서강대 김성룡 교수
왼쪽부터 서울대병원 윤혜원 교수, 서강대 김성룡 교수
국내 연구진이 표적치료용 항체를 만들 수 있는 식물 세포주를 유전자가위 기술을 활용해 개발했다. 이 식물에서 만들어진 항체는 상용화한 유방암 치료제와 효과가 비슷하고 간독성은 더 적었다. 환자에게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 옵션을 제공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평가했다.

서울대병원은 윤혜원 핵의학과 교수와 김성룡 서강대 교수, 신준혜 피토맵 연구소장 공동연구팀이 식물 특이적 당사슬을 모두 없앤 '인간화 항체생산 벼세포주'를 세계 처음 개발했다고 2일 발표했다. 이를 바탕으로 만든 유방암 항체치료제 효과도 분석해 공개했다.

유방암 환자의 20%를 차지하는 HER2 양성 유방암은 암세포 성장이 빠르고 재발과 전이를 잘 일으킨다. 이를 표적으로 하는 항체치료제 허셉틴(성분명 트라스트주맙) 등이 개발됐지만 이들은 주로 동물세포를 활용해 생산한다. 인수공통 감염병에 취약하고 공정이 까다로워 생산 비용도 많이 든다.

이 때문에 식물을 활용한 항체 개발 시도가 계속됐지만 식물에만 있는 특이 당사슬이 부작용을 일으키는 게 한계로 꼽혔다. 당사슬은 단백질에 붙어 기능을 조절하는 탄수화물이다.

연구팀은 식물유래항체의 면역 부작용이 사람과 식물 간 다른 당사슬 구조 탓에 생긴다는 데에 착안해 식물 특이적 당사슬을 유전자가위로 모두 제거한 벼세포주를 개발했다.

이 세포주에 트라스트주맙(TMab) 유전자를 삽입해 항체가 분비되도록 만든 뒤 분비된 항체를 배양·정제해 식물 생산 유방암 항체(P-TMab)를 확보했다.

항체 구조와 성분을 분석했더니 P-TMab은 상용화된 항체치료제 TMab과 단백질 구조는 물론 암 치료 기전이 같았다. 인간 유방암 세포를 대상으로 세포 증식 억제효과를 분석했더니 P-TMab은 항체 농도 1㎍/ml 이상일 때 TMab보다 효과가 더 컸다.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유도하는 항체의존세포독성(ADCC) 효과에선 P-TMab이 TMab보다 면역세포 결합 친화도가 2배 이상 높아져 세포 사멸 효과가 컸다. P-TMab에 부착된 'G0형 당사슬'이 면역세포와의 결합을 촉진했기 때문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실제 P-TMab은 17ng/mL에서 세포 사멸효과를 보였지만 TMab은 54ng/mL에서 효과를 보였다.

연구팀은 간 독성도 평가했다. 이를 통해 P-TMab은 투여 후 6시간부터 간 흡수가 줄어 48시간부터는 거의 검출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다. TMab은 투여 후 48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간에 남아 있었다. P-TMab이 기존 항체치료제보다 간독성 위험이 낮고 간에 덜 흡수되면서도 종양을 더 효율적으로 표적할 수 있다는 의미다.

윤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식물 생산 유방암 항체의 암 치료 가능성을 확인해 의미가 크다"며 "식물유래 항체의 면역 부작용 문제를 해결한 인간화 식물세포주는 지속 가능한 식물세포 항체생산 플랫폼으로서 향후 암 신약 개발에도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식물 생물공학 저널' 최신호에 실렸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