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 씻어줄 클래식의 향연이 펼쳐진다
무더위가 절정인 8월, 한국의 랜드마크 공연장 예술의전당에 혹서기에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줄 음악 축제가 찾아온다. 이달 6일부터 11일까지 예술의전당 콘서트홀·IBK챔버홀·리사이틀홀 등에서 진행되는 '2024 예술의전당 국제음악제'에서다.

2021년 시작된 예술의전당 '여름음악축제'가 이번에 4회를 맞아 '국제음악제'로 간판을 바꿨다. 한국을 넘어 세계적인 축제로 도약하겠다는 포부에서다. 변화에 걸맞게 이번 축제에서는 국내에서 보기 힘든 해외 유명 연주자들의 초청 공연과 개성 있는 레퍼토리로 무장한 공모 연주자들의 공연으로 구성됐다. 예당 관계자는 "해외에서 활발히 활동하지만,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글로벌 아티스트를 소개하고 색다른 클래식 레퍼토리를 알리는 것에 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오페라와 심포니 아우르는 개·폐막

축제 개·폐막을 이끄는 지휘자 단 에팅거(53·사진)은 이번이 첫 한국 무대다. 이스라엘 출신 에팅거는 △슈투트가르트 필하모닉 △이스라엘 심포니 오케스트라 및 텔아비브 이스라엘 오페라단 △나폴리 산 카를로 극장 등에서 음악감독으로 활동 중인 명지휘자. 그는 2일 서울 예술의전당 인춘아트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스페셜리스트'보다 가능한 다양한 작품을 하는 걸 선호한다"며 "오페라부터 교향곡까지, 웅장하고 진지한 음악뿐 아니라 축제의 느낌을 살릴 수 있는 곡을 들려줄 것"이라고 밝혔다.
2일 예술의전당 인춘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휘자 단 에팅거가 발언하고 있다. 예술의전당 제공
2일 예술의전당 인춘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휘자 단 에팅거가 발언하고 있다. 예술의전당 제공
에팅거가 이끄는 SAC(서울아트센터)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는 해외 유수의 악단과 무대에서 활약하는 한국 연주자들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개막 공연 악장인 바이올리니스트 문바래니는 에팅거와 10년 전 인연을 언급하며 "지휘자(에팅거)와 했던 공연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그와 다시 만나 기쁘고, 어떤 연주를 하게 될지 기대된다"고 반가움을 표했다. 문바래니는 WDR 쾰른 방송교향악단 제2 바이올린 수석을 맡고 있으며 14개 해외 악단에서 객원으로 활동 중이다.
SAC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악장을 맡은 문바래니. 예술의전당
SAC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악장을 맡은 문바래니. 예술의전당
에팅거와 SAC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는 6일 풀랑크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과 브루크너의 '교향곡 제4번'으로 축제의 포문을 연다. 네덜란드의 피아노 듀오 루카스·아르투르 유센 형제가 협연자로 나선다. 유센 형제는 글로벌 음악계에서 주목받는 듀오로 에너지 넘치고 몰입도 높은 해석으로 정평 나 있다. 지휘자 미카엘 쇤반트는 그들과 협연 후 "두 대의 BMW를 모는 기분"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11일 폐막에서는 뉴욕 MET 오페라의 주역 테너 백석종과 베르디의 오페라 '운명의 힘' 서곡과 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 중 '오묘한 조화'와 '투란도트' 중 '공주는 잠 못 이루고' 등을 선보인다. 2부에서는 림스키코르사코프의 관현악 모음곡 '세헤라자데'를 들려준다. 에팅거는 "폐막 작품은 모두 스토리가 있는 작품"이라며 "이를 오페라로 보여주는 것과, 교향악적으로 풀어가는 걸 동시에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역량을 엿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외파·공모팀 무대 잇따라

유센 형제의 듀오 연주(7일)와 영국의 이모젠 쿠퍼 경(8일), 독일의 율리우스 아살(10일) 등 해외 피아니스트들의 무대도 이어진다. 쿠퍼 경은 2021년에 이어 올해에도 리즈 국제 피아노 콩쿠르 심사위원장을 맡을 인물로 2021년 대영제국 훈장(DBE)을 받은 권위있는 연주자다. 수훈으로 경(Sir)의 여성형 'Dame' 칭호를 부여받은 그는 이번 리사이틀에서 베토벤의 후기 소나타 3곡(30~32번)을 들려준다.

경륜의 쿠퍼와 대조적으로 반짝이는 신예 아살은 지난해 도이치 그라모폰의 전속 아티스트로 발탁돼 화제를 모았다. 올해 5월 첫 음반 '스크랴빈-스카를라티'를 발매했다. 이번 무대에서는 음반 수록곡들을 비롯한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들려줄 예정이다.

아레테 콰르텟(9일)은 야나체크, 버르토크 등 동유럽 작곡가들의 현악 4중주 레퍼토리를 선보인다. 네덜란드 출신의 첼로 거장 피터 비스펠베이(10일)는 바흐의 첼로 무반주 모음곡 전곡을 들려준다.
공모팀으로 선발된 바리톤 김태한(왼)과 박주성. 예술의전당
공모팀으로 선발된 바리톤 김태한(왼)과 박주성. 예술의전당
초청 공연 외에도 23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연주 공모에 합격한 7팀의 무대도 만나볼 수 있다. 이들은 연주 실력뿐 아니라 프로그램 및 편성 등에서 빼어난 기획력을 토대로 신선한 무대를 선사할 예정이다. 바리톤 김태한과 박주성,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시코프스키의 성악 무대(7일)가 대표적이다. 바리톤 김태한과 박주성은 가곡으로만 구성된 독특한 무대를 꾸민다. 김태한은 "가곡은 오페라 아리아와 비교해 피아노와 함께할 때 훨씬 설득력이 있고, 우리만의 음색과 해석을 보여주기에 좋다. 두 바리톤을 비교하며 듣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바이올리니스트 위재원(7일), 아벨 콰르텟(8일), 목관 연주자로 구성된 트로이 앙상블(9일), 클래식 기타리스트 안용헌(10일), 피아니스트 박연민(11일), 9명의 호른 연주자가 모인 '코리안 혼 사운드'(11일) 등의 무대가 펼쳐진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