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압수수색이 진행 중인 서울 강남구 티몬 사옥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스1
1일 압수수색이 진행 중인 서울 강남구 티몬 사옥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스1
티몬과 위메프에서 판매한 여행 상품·상품권 환불 책임을 두고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전자지급결제대행사(PG사)가 손실을 떠안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PG사의 환불 의무가 없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다. 여행사와 상품권 구매자가 일부 손실을 부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티메프 사태로 불거진 수천억원 규모의 손실을 둘러싸고 PG사와 여행사, 소비자 간에 ‘폭탄 돌리기’가 벌어지며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판매사-소비자' 계약 성립 여부가 관건

2일 금융권에 따르면 티몬·위메프 관련 PG사들은 최근 금융당국에 “여행상품과 상품권에 대해선 법적으로 환불 의무가 없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정부 및 당국에서도 PG업계 주장의 법적 타당성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일반상품에 대해선 PG사와 카드사를 통해 환불 절차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여행상품과 상품권만 논란이 불거진 것은 판매자(여행사·상품권 발행업체)와 소비자 간에 계약 관계가 성립했다고 볼 수 있어서다.

여행상품은 여행 기간 이전이거나, 여행사가 대금을 정산받지 못했더라도 여행 확정과 함께 계약은 성립한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여행사가 대금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여행 일정 등을 취소하면 환불 의무는 PG사가 아닌 여행사에 있다는 얘기다.

PG사들은 핀 번호가 발행된 상품권이 소비자에게 전달된 경우에도 환불할 의무가 없다는 입장이다. 소비자가 상품권을 아직 사용하지 않았더라도 상품권 핀 번호를 받았다면 판매 절차가 끝났다는 이유에서다.

이 경우 일차적인 환불 책임은 상품권 발행업체에 있다. 하지만 해피머니 발행사인 해피머니아이엔씨는 사실상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해 환불이 쉽지 않다. 최악의 경우 상품권 구매자가 손실을 떠안아야 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상품권은 일종의 약속어음과 같다"며 "상품권 발행업체가 도산했다면 상품권 소유주가 손실을 부담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다만 핀번호가 발행된 상품권이 아직 소비자에게 전달되지 않은 경우 PG업체가 환불 책임을 져야할 것으로 보인다. 또 PG업체가 티몬, 위메프에 결제 대금을 넘기지 않은 경우 그대로 소비자에게 환불할 것으로 예상된다.

법조계에서도 이 같은 PG업계의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상법 전문가인 이상복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여행상품과 상품권 모두 이미 판매자와 구매자 간 계약이 성립한 것"이라며 "판매자에게 대금이 정산이 됐는지는 계약과 별개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여행사·상테크족 피해 커질 듯

이런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PG사의 손실 부담은 확 줄어든다. 티몬과 위메프를 통한 결제 대금 가운데 대부분이 여행상품과 상품권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돼서다. 반면 여행사와 상품권 구매자의 부담은 크게 불어날 전망이다.

체급이 약한 중소형 여행사가 줄도산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여행사들은 티메프에 임의로 정산대금을 보낸 PG사의 책임도 있다고 주장한다. 여행사 관계자는 "여행사는 받은 돈도 없는데 △이미 여행 일정이 끝났지만 정산받지 못한 판매대금 △숙박·항공 취소 수수료 △소비자 환불액까지 '삼중부담'을 져야 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상품권 전문 교환 업체와 개인들도 대거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상품권 교환 업체들은 10억~30억원, 개인들은 최대 2000만원 수준의 해피머니 상품권을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현재 법적 검토를 하고 있으며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는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각 회사마다 약관이 다르고 상품별로 거래 진행 정도가 달라 일괄적으로 PG사에 환불 책임을 부과하긴 어려워 보인다"고 설명했다.

여행상품을 구입한 소비자들은 한국소비자원에서 분쟁조정을 통해 환불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이날 소비자원에 따르면 티몬·위메프에서 여행·숙박·항공권 환불을 못 받은 피해 고객의 집단 분쟁조정 신청 건수는 하루 만에 2700건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