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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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 없이 강하게 쏟아붓는 도깨비 장마와 폭염 영향으로 농산물 가격이 고공행진 중이다. 특히 배추의 소매가격은 한 달 새 30% 가까이 뛰었다. 여름 배추 주산지인 강원 고랭지 지역의 재배면적이 기후 변화로 줄어드는 상황에서 폭염·폭우까지 겹치며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일 팜에어·한경 농산물가격지수(KAPI)를 산출하는 가격예측 시스템 테란에 따르면 가격지수의 기준이 되는 22개 주요 작물 중 19개의 가격이 지난주 대비 올랐다. 지난달부터 이어진 기습 장마, 그리고 뒤이은 폭염으로 농산물 작황이 부진했던 탓이다. 한 대형마트 바이어는 “장마와 함께 기온이 높아지면서 고온다습한 기후가 이어지고 일조량도 줄면서 병충해가 증가하는 등 농산물 생육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특히 일조량 영향을 많이 받는 엽채류 가격이 눈에 띄게 뛰었다. 깻잎은 ㎏당 가격이 1만260원으로 ‘1만원대’를 넘겼는데, 이는 일주일 만에 72.5% 비싸진 가격이다. 양배추(㎏당 745원)는 69.2% 올랐다. 장마 후 폭염이 이어지면서 생육이 저하됐기 때문이다. 파프리카도 일조량 감소로 물량이 줄며 ㎏당 3492원으로 전주 대비 84.4% 상승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른 배추 가격에 주목하고 있다. aT 통계를 보면 배추 한 포기당 가격은 지난 1일 기준 5414원으로, 한 달 전(4236원)보다 27.8% 올랐다. 이마트 관계자는 “최근 장마로 인해 바이러스 등 피해를 입어 생육이 지연되고 출하량이 감소했다”며 “이달까지는 높은 시세를 유지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는 이달 배추 도매가격이 10㎏에 1만6000원으로 전년 대비 19.3%, 평년 대비 29.5% 상승할 것이라도 내다봤다. 기후도 좋지 않았을 뿐 아니라 여름 배추 재배 면적 자체가 줄어든 탓이다. 올여름 배추 생산량은 전년 대비 7.2%, 평년 대비 9.1% 줄어든 34만으로 집계됐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