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세에 PT 받을 정도인데…"父 병들었다" 우기는 재벌 2세
조양래 한국앤컴퍼니그룹 명예회장(사진 가운데)의 장녀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자신의 아버지가 ‘한정후견’ 대상이라고 주장하며 촉발한 경영권 분쟁이 4년 만에 일단락된 모양새다. 1, 2심에 이어 대법원까지 한정후견 개시 심판 청구를 기각했지만, 조 이사장은 여전히 조 명예회장을 “병든 노인”이라 칭하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특별1부는 지난달 30일 조 이사장이 조 명예회장에 대해 청구한 한정후견 개시 심판의 재항고를 최종 기각했다. 항소심 판결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 추가 심리 없이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마무리됐다.

바로 다음 날 조 이사장은 입장문을 내고 “4년간 법은 한 번도 정의롭지 못했고, 진실을 확인하려 하지 않았으며, 양쪽의 얘기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며 반발했다. 그는 조 명예회장에 대해 “치료받아야 하는 사람인데도 재벌 회장으로 숨겨지고 감춰졌다”며 조 명예회장의 건강 상태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조 이사장은 2020년 6월 조 명예회장이 한국앤컴퍼니그룹 지주사인 한국앤컴퍼니(당시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주식 전부(2400억원어치)를 차남인 조현범 회장(당시 사장)에게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하자 한 달 뒤 한정후견 심판 개시를 청구했다. 조 명예회장이 “건강한 정신 상태에서 자발적 의사에 의해 내린 결정인지 객관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조 회장은 이를 계기로 한국앤컴퍼니의 최대 주주(지분율 42.9%)에 올랐다.

한정후견은 노령이나 장애, 질병 등으로 의사결정이 어려운 성인들에게 후견인을 선임해 돕는 제도인 ‘성년후견’의 한 종류다. 사무 처리 능력이 결여된 정도가 심하면 성년후견, 일부 제약이 있는 정도라면 한정후견으로 나뉜다. 2022년 4월 서울가정법원은 조 이사장이 청구한 한정후견 개시 심판을 기각했고, 조 이사장은 즉시 항고했다. 항고심 재판부는 서울보라매병원을 통한 정밀 정신감정 결과를 토대로 재차 기각했다. 조 이사장은 “재판 절차상 문제와 의혹이 많다”며 재항고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조계에선 조 이사장이 무리한 주장을 반복하며 지분 싸움을 해왔다는 평가가 많다. 익명을 요구한 한 후견 전문 변호사는 “성년후견과 달리 한정후견은 청구 대상의 정신 상태에 따라 인정되는 경우가 있는데 법원이 그 정도까지 이르지 못했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애초부터 간명한 사건이었다”고 말했다.

한국앤컴퍼니그룹 관계자는 조 이사장 측 입장에 대해 “사법부 판단을 존중하길 바란다”는 입장을 냈다. 조 이사장 측이 제기한 조 명예회장의 건강 이상설에 대해선 “조 명예회장은 현재 사내 휘트니스센터에서 주기적으로 PT를 받고 있으며, 지난 3월에는 고(故)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 장례식장에서 4일 내내 빈소를 지키기도 했다”며 전면 부인했다. 1937년생인 조 명예회장은 올해로 87세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