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국제 정세 제대로 보고 싶으면 지도를 보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가장 긴장하고 있는 나라 중 하나는 스웨덴이다. 200년 넘게 중립국 지위를 유지해온 스웨덴이 지난 2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하는 등 긴장감을 보이는 이유는 뭘까. 답은 지도에 있다.

프랑스 저널리스트이자 2017년부터 TV 지정학 프로그램 ‘지도의 이면’을 진행 중인 에밀리 오브리 등이 쓴 <지도로 보아야 보인다>는 유럽을 비롯해 아시아, 아메리카, 중동, 아프리카 등 세계 28개국의 지정학적 상황을 120개의 지도와 함께 설명하는 책이다.

발트해 지도를 펼쳐 보면 스웨덴의 상황이 단박에 이해된다. 스웨덴의 고틀란드섬은 북유럽 9개국이 접한 발트해 한가운데에 있다. 이 섬은 러시아의 역외 영토인 칼리닌그라드와 마주하고 있으며, 노르트스트림 가스관도 이 섬의 앞바다를 지난다. 러시아와 북유럽 사이의 전략적 요충지인 셈이다. 러시아는 앞서 2016년 칼리닌그라드에 미사일 포대를 배치했고, 이에 맞서 스웨덴은 군 복무제를 부활해 고틀란드에 군대를 투입했다. 스웨덴이 우크라이나 다음 타깃은 자신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다.

끊임없이 영토 확장에 집착하는 중국의 큰 그림도 보인다. 중국과 지리적으로 인접한 덕분에 경제적으로 혜택을 보고 있지만, 동시에 중국의 지정학적 야심 때문에 안보 위협을 받는 호주의 역설적인 상황이 지도를 통해 그려진다. 시리아 내전에 튀르키예와 러시아까지 참전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 폴란드가 2022년 유럽의 문제아에서 ‘귀중한 동반자’로 입지가 바뀐 배경은 무엇인지, 인도는 왜 세계적 강국이 되지 못하고 지역 강국에 머무는지 등에 관한 해답이 지도에서 나온다.

저자들은 코로나19 팬데믹과 전쟁 등을 겪으며 2020년대의 세계는 “그 누구도 나머지 세계를 무시할 수 없”게 됐다고 강조한다. 빈번해지는 이상 기후 현상부터 새로운 전쟁터가 된 디지털 영역에 이르기까지, 오늘날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긴밀히 연결된 세계 속에 살고 있다. 지도와 지정학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는 이유다.

한 권의 백과사전과 같은 책이다. 28개국이 각각 가진 국제적·지정학적 이슈를 10쪽 내로 간략히 설명한다. 일독한 뒤엔 국제 뉴스에 나오는 내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겠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