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영화 '퍼펙트 데이즈'의 책 세 권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영화 흥행에 <나무> 등도 관심
<야생의 정열>은 재번역 예정
<야생의 정열>은 재번역 예정
영화 ‘퍼펙트 데이즈’(사진)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한 가지는 바로 책이다. 일본 도쿄의 화장실 청소부인 주인공 히라야마(야쿠쇼 고지 분)는 잠들기 전 머리맡에 놓인 작은 등을 켜고 꼭 책을 읽는다. 그가 읽은 책은 총 세 권. 윌리엄 포크너의 <야생 종려나무>,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11>, 고다 아야의 <나무>다.
<야생 종려나무>는 ‘야생 종려나무’와 ‘늙은이’ 두 중편소설이 교차하며 진행된다. ‘야생 종려나무’엔 미국 미시시피주 한 바닷가로 사랑의 도피를 감행한 연인이 등장한다. ‘늙은이’는 대홍수로 미시시피강에 빠진 여인을 구한 뒤 돌아오라는 명령을 받은 죄수 이야기다. 전통적인 결혼제도에 맞서 사랑과 주체성을 회복하고자 한 인물과 감옥 안에 갇혀 주체성을 상실한 인물의 이야기는 무관해 보이면서도 서로의 서사를 보완하고 완성한다.
“퍼트리샤 하이스미스는 불안을 묘사하는 천재적인 작가죠. 그녀 덕에 공포와 불안이 다르다는 걸 알았어요.” 영화에서 책방 주인은 <11>을 계산대에 올려놓는 히라야마에게 이렇게 말한다. 하이스미스는 섬세한 심리 묘사로 잘 알려진 미국의 범죄 소설가다. 2008년 타임지 선정 최고의 범죄소설 작가 50인 중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영화 ‘태양은 가득히’로 만들어진 <리플리 시리즈>로 유명하다. <11>에서 어머니에게 학대당하며 갇혀 살던 소년은 어머니가 사 온 식용 자라와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어머니가 자라를 먹기 위해 끓이는 모습을 보고 소년은 어머니를 살해한다. 책은 국내에 번역되지 않았다.
고다 아야는 여성의 삶과 가족 등에 관한 일상적 소재를 따뜻하면서도 박력 있게 묘사해 일본에서 꾸준히 사랑받는 작가다. <나무>는 작가가 말년에 10년 넘게 일본 열도 북쪽 홋카이도에서 남쪽 야쿠시마까지 전국의 나무를 찾아다니면서 체험하고 교감한 내용을 기록한 산문집이다. 나무에 얽힌 열다섯 편의 에세이를 수록했다. 책방 주인은 이 책을 집어 든 히라야마에게 “같은 단어라도 이 작가가 사용하면 느낌이 완전 다르다”고 했다. 식물을 정성스럽게 키우고 나무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는 히라야마와 어울리는 책이다. 2017년 국내 출간됐지만 현재 절판됐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야생 종려나무>는 ‘야생 종려나무’와 ‘늙은이’ 두 중편소설이 교차하며 진행된다. ‘야생 종려나무’엔 미국 미시시피주 한 바닷가로 사랑의 도피를 감행한 연인이 등장한다. ‘늙은이’는 대홍수로 미시시피강에 빠진 여인을 구한 뒤 돌아오라는 명령을 받은 죄수 이야기다. 전통적인 결혼제도에 맞서 사랑과 주체성을 회복하고자 한 인물과 감옥 안에 갇혀 주체성을 상실한 인물의 이야기는 무관해 보이면서도 서로의 서사를 보완하고 완성한다.
국내엔 <야생의 정열>이라는 제목으로 1958년 번역됐다. 절판됐다가 이달 초 영인본(원본을 스캔해서 제본한 책)으로 복간됐다. 출판사 지식공작소 관계자는 “영화에 책이 등장하면서 판매가 늘었다”며 “세로쓰기에 한자 병기로 읽기 어려운 상태라 다시 번역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퍼트리샤 하이스미스는 불안을 묘사하는 천재적인 작가죠. 그녀 덕에 공포와 불안이 다르다는 걸 알았어요.” 영화에서 책방 주인은 <11>을 계산대에 올려놓는 히라야마에게 이렇게 말한다. 하이스미스는 섬세한 심리 묘사로 잘 알려진 미국의 범죄 소설가다. 2008년 타임지 선정 최고의 범죄소설 작가 50인 중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영화 ‘태양은 가득히’로 만들어진 <리플리 시리즈>로 유명하다. <11>에서 어머니에게 학대당하며 갇혀 살던 소년은 어머니가 사 온 식용 자라와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어머니가 자라를 먹기 위해 끓이는 모습을 보고 소년은 어머니를 살해한다. 책은 국내에 번역되지 않았다.
고다 아야는 여성의 삶과 가족 등에 관한 일상적 소재를 따뜻하면서도 박력 있게 묘사해 일본에서 꾸준히 사랑받는 작가다. <나무>는 작가가 말년에 10년 넘게 일본 열도 북쪽 홋카이도에서 남쪽 야쿠시마까지 전국의 나무를 찾아다니면서 체험하고 교감한 내용을 기록한 산문집이다. 나무에 얽힌 열다섯 편의 에세이를 수록했다. 책방 주인은 이 책을 집어 든 히라야마에게 “같은 단어라도 이 작가가 사용하면 느낌이 완전 다르다”고 했다. 식물을 정성스럽게 키우고 나무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는 히라야마와 어울리는 책이다. 2017년 국내 출간됐지만 현재 절판됐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